청소년 탈선 부추기는 ‘훈남훈녀’ ‘얼짱’ 카페
입력 2012-11-25 19:39
고등학생 손모(17)양은 이달 초 낯선 번호로 카카오톡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월 200만원을 보장해 줄 테니 룸살롱에서 함께 일해 보자’는 내용이었다. 익명의 문자는 손양이 지난달 인터넷 N포털사이트 ‘훈남훈녀 친구, 얼짱도전 카페’에 올린 사진과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전달된 것이었다. 손양은 “룸살롱이라는 말에 당황했지만 월 200만원이면 큰돈이란 생각에 잠시 유혹을 느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외모를 뽐내고, 친구를 사귀기 위해 가입하는 인터넷 카페가 ‘유흥업소 아가씨’ 모집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업주들이 청소년 회원들의 사진을 보고 쪽지나 카톡 등으로 연락해 탈선을 부추기는 것이다.
‘훈남훈녀 친구, 얼짱도전 카페’에는 회원들이 사진과 연락처를 남기면 마음에 드는 이성이 연락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회원 대부분은 청소년이다. 회원수는 6만명이 넘는다.
이 카페에선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탈선을 유혹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카페 중학생 게시판에는 한 남성이 ‘지낼 곳 없는 여자만 와요’라는 제목과 함께 본인이 고급 승용차를 갖고 있다며 연락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인터넷 카페에선 음란물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고등학생 신모(18)군은 지난 24일 회원수 3만여명인 N포털사이트 ‘훈남훈녀 친구 만들기’ 카페 자유게시판에서 ‘야사(야한사진) 다량 보유’라는 글을 발견했다. 신군이 쪽지를 보내자 계좌번호가 왔고, 5000원을 입금하자 포르노 사진 50장이 이메일로 왔다. 10대들이 주로 활동하는 회원수 24만명의 D포털사이트의 ‘친구 만들기’ 카페에도 음란사이트 광고가 쉽게 발견됐다.
그러나 이런 광고나 음란물을 차단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N포털사이트 관계자는 “음란물 게시 목적의 카페는 걸러낼 수 있지만 일반 카페에 올라오는 글을 일일이 단속하기는 어렵다”며 “카페를 만든 관리자들이나 회원들이 자체 검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