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검사 뇌물수수 혐의 영장 청구… 대검, 이례적 긴급체포

입력 2012-11-25 22:43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피의자 A씨와 성관계를 맺은 전모(30) 검사에 대해 2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감찰본부는 전 검사가 지위를 이용해 피의자로부터 성상납을 받은 것으로 보고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감찰본부는 전날 전 검사를 불러 조사한 뒤 이례적으로 긴급체포해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감찰본부는 지난 10일 오후 2시쯤 서울동부지검 집무실에서 벌어진 유사 성행위, 지난 12일 퇴근 후 전 검사 차량에서 벌어진 유사 성행위, 같은 날 서울 왕십리의 한 모텔에서 벌어진 성관계에 대한 사실관계를 모두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본부는 이틀에 걸쳐 전 검사를 소환조사했고, 전날 오후 8시쯤 서울 모처에서 A씨를 만나 비공개 조사도 마쳤다. A씨는 전 검사와의 대화 내용 등을 담은 160분 분량의 녹취록 3개를 감찰본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날 전 검사의 차량과 서울동부지검 집무실도 압수수색했다.

A씨 측 정철승 변호사는 서울 잠원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 검사의 행위는 위계에 의한 성폭행”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의 절도 사건과 관련, “전 검사가 지난 6일 처음 전화로 얘기할 때부터 ‘징역 3년형의 사건이다. 중대한 범죄다’며 위압적으로 조사했다”고 감찰본부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성관계를 맺을 당시 전 검사가 A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신과의 통화기록을 모두 삭제하고 콘돔도 직접 처리하는 등 증거를 없애려 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전 검사가 A씨 사건과 관련해 도움을 주겠다며 휴대전화 번호도 직접 알려줬다”고 말했다. A씨가 녹취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경찰조사 단계에서부터 위압적인 조사를 받아 관련 증거를 확보하라는 차원에서 만들도록 조언해 준 것”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그러나 “전 검사와 A씨가 형사합의한 만큼 고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찰본부는 A씨와의 성관계를 직무와 관련한 일종의 향응으로 판단하고 뇌물죄를 적용했다. 성폭행의 경우 당사자의 고소가 없으면 형사처벌이 어렵고 직권남용죄는 구체적인 물증이 없으면 법원이 무죄 판결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잇달아 터진 현직 검사 비위에 신속히 대응하지 않으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법원은 뇌물죄의 처벌 영역을 성행위처럼 비재산적 이익까지 포괄적으로 인정해 왔다. 정 변호사도 “강요에 의해 이뤄진 뇌물공여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감찰본부도 여러 차례 ‘A씨를 피해자로 보고 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전 검사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심문은 26일 오후 열린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