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대선 출사표·전략] 朴 “정치생명 걸고” 배수진
입력 2012-11-26 00:30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국회의원직 사퇴와 정계은퇴라는 ‘배수진’을 치며 대선 총력전에 나섰다.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보수층 결집에 주력했던 박 후보는 앞으로 중도층 표심 잡기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박 후보는 25일 후보등록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또 대선에서 낙선할 경우 정계를 떠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대선이 마지막 대권 도전의 기회라고 보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자신의 절박감을 알리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 도중 “오늘로 대통령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가 깜짝 놀란 기자들의 지적을 받고서야 ‘국회의원직’으로 수정했다. 박 후보는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아침 기자회견할 때 내가 이번에 선택을 못 받으면 정치를 마감한다고 생각하니 여러 가지 소회가 깊었다. 감정이 복받쳐 실수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맞춰 전략을 담당한 당직자들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꺾기 위한 비책을 제시하며 박 후보를 엄호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박 후보는 공약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 후보를 제압할 수 있다”며 “남은 기간 정책과 지지층을 엮어가며 한수 한수 앞서가는 ‘실리 바둑’식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서 젊은층을 만날 경우 획기적인 일자리 대책을 내놓고, 교육 현장을 방문할 때는 구체화하지 않은 사교육 방지책을 추가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안을 내면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한 고위 당직자는 “어떤 정책으로 어떤 계층의 표심이 움직이는지 구체적인 표의 숫자까지 계산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안철수 전 후보 지지층의 이탈자를 타깃으로 한 중도 외연확대 전략도 마련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3자 대결 구도에서 25%를 차지했던 안 전 후보 지지자 중 15%가 문 후보 쪽으로, 5%는 막판까지 부동층으로 남을 것으로 본다”며 “마지막 5%가 합리적 중도인데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정치쇄신 등 안 전 후보의 이미지를 차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관계자들은 이를 위해 안 전 후보가 내세웠던 쇄신안 중 중앙당 권한 및 규모 축소 등을 박 후보가 받을 수 있는 안으로 보고 있다. 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추가적인 쇄신안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박 후보는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안 전 후보가 지지를 받았던 것은 새 정치에 대한 국민 기대감 때문이었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새 정치를 선도하고 실천하는 새누리당이 되기 위해 더욱 각오를 다지고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도 외연확대가 산토끼를 겨냥한 것이라면 보수 결집을 통한 집토끼 지키기도 지속할 방침이다. 서병수 선대위 당무조정본부장은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지지선언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도 도와준다고 했다”면서 “이재오 의원도 후보한테 올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4·11 총선에 불출마하고 영국에서 공부 중인 원희룡 전 의원은 박 후보 측 요청으로 26일 귀국해 수도권 젊은층을 겨냥한 선거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박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7일 첫 방문지로 세종시를 선택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