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챔프 서울, 라이벌 전북 꺾고 ‘우승 잔치’

입력 2012-11-25 23:05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FC서울 서포터스는 “챔피언, 챔피언”을 목청껏 연호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진짜 말을 타고 팬들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넥타이를 풀어 채찍처럼 휘두르며 진짜 ‘말춤 세리머니’를 펼쳤다. 말이 관중의 환호에 놀라 최 감독은 하마터면 낙마할 뻔했다. “말이 무서웠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을 탔다는 최 감독은 말에서 내린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42라운드 그룹A(상위리그)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서울이 1대 0 승리를 거두고 화려한 우승 축하 파티를 열었다.

자칫 김이 빠질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최 감독은 경기 전 “우리가 왜 2012 K리그 챔피언인지를 보여 주겠다. 팬들을 위해 정상적인 경기를 하겠다”며 강한 투지를 보였다. 이날 경기 후 우승 시상식을 열 계획이었던 서울 선수들은 악착같이 뛰어 결국 환한 얼굴로 우승컵을 높이 치켜들었다.

4연승을 내달린 서울은 28승9무5패(승점 93)를 기록, 2003년 성남 일화의 한 시즌 최다 승점(91점) 및 최다승(27승) 기록을 동시에 경신했다. 최근 홈 7경기 연속 무패(6승1무)와 전북전 7경기 연속 무패(4승3무)도 눈여겨 볼 기록이다.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의 부진을 보인 2위 전북은 22승12무8패(승점 78)가 됐다.

홈에서 우승 잔치를 벌이려는 서울과 잔칫상에 재를 뿌리려던 전북의 대결은 시간이 지날수록 뜨겁게 달아올랐다. 첫 골은 서울 몰리나의 멋진 시저스 킥으로 만들어졌다. 전반 15분 전북 진영 왼쪽에서 고명진이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서 기다리고 있던 몰리나는 공중으로 몸을 날려 왼발 슛을 날렸다. 공은 왼쪽 골대를 때린 뒤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몰리나는 이번 시즌 18골, 18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36을 확보, 이 부문에서 1위를 달렸다.

몰리나의 골로 경기가 과열됐다. 잇따라 거친 파울이 나왔고, 쓰러지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전반 40분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불과 2분 전 경고를 받은 전북의 골잡이 에닝요가 에스쿠데로(서울)의 다리를 걷어차는 파울을 범해 그라운드에서 쫓겨난 것. 설상가상으로 고의성이 없었다고 거세게 항의하던 이흥실 전북 감독대행마저 퇴장당해 전북은 크게 흔들렸고, 결국 경기를 놓쳤다.

한편 수원 삼성은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한 김두현을 앞세워 2대 1로 이겼다. 수원은 이날 승리로 20승13무9패(승점 73)를 기록, 이날 경남FC와 3대 3으로 비긴 포항 스틸러스(승점 71)를 4위로 끌어내리고 3위로 올라섰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