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지금 대선 현장에선] 安 결단, 3∼4명 정도만 눈치… 사퇴 하루전 회견문 작성
입력 2012-11-25 18:51
무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 하루 전인 22일 회견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1시간30분간 회동한 뒤 혼자 내린 결정이었다. 캠프 관계자는 “안 전 후보는 문 후보가 양보해야만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문 후보를 만나고 벽을 느낀 것 같다. 본부장들에게 ‘담판을 통한 단일화는 이제 불가능하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그래도 이때까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23일 양측 대리인의 ‘특사 회동’에서도 협상이 결렬되자 안 전 후보는 오후 8시 6층 회의실로 핵심 측근 20여명을 불러 모았다. 유민영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두 후보의 결단만이 남았다”며 담판을 제안한 직후였다. 안 전 후보는 한참 동안 상황을 설명한 뒤 결국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 있던 한 관계자는 “충격 때문에 아무도 반대할 수 없었다. 회의실을 나서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결단을 미리 눈치 챈 사람은 고작 서너 명뿐이었다. 토론회 참석을 위해 광주로 가고 있던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도 KTX 열차 안에서 안 전 후보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와 세 차례 만나면서 생각을 정리한 듯하다. 단일화 협상 중단 사태를 풀려고 서울 정동 달개비 식당에서 문 후보를 만났던 18일 담판을 제안하려 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식당에 먼저 와 있던 그를 보자마자 “협상팀을 다시 가동하자”고 말했다. 21일 TV토론장에서도 하루빨리 여론조사 방식을 정하자고 촉구했다. 다음날 단독 회동에서도 문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위해 양보해 달라”는 안 전 후보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알려졌다.
안 전 후보 측은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몇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후보 사퇴는 마지막 카드였다. ‘민주당 입당 및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하는 담판, 후보 등록 후 3자 대결도 검토했다. 토요일(24일) 오전까지 ‘벼랑 끝 전술’을 펴자는 의견도 있었다. 민주당 역시 ‘24일 오전 9시30분’을 데드라인으로 정했었다고 한다. 캠프 인사는 “솔직히 안 전 후보 지지율이 문 후보를 10% 포인트쯤 앞섰다면 설득과정도 필요 없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적합도(50%)+양자대결(50%)’로 자체 여론조사를 해봤는데 문 후보가 이기기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털어놨다.
안 전 후보 사퇴에 캠프 관계자 대부분은 ‘안철수답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망과 불만도 터져 나왔다. 사퇴 당일 아침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캠프에 합류한 이들도 여러 명이다. 한 관계자는 “그의 기업가 마인드가 다시 한번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안될 것 같으니 그냥 던져 버린 건데, 내 것을 포기한 캠프 사람들을 더 어루만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