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뮤지컬 ‘리걸리 블론드’] 철부지 미녀의 하버드 도전기… 밝고 화사한 분위기 생동감 넘쳐

입력 2012-11-25 18:07


아름다운 금발의 엘 우즈는 미국 하버드 법대 진학 예정인 남자친구 워너에게 프러포즈 받을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웬걸? 난데없는 이별 통보. 이유인즉, 예쁘지만 머리가 텅 빈 금발보다는 하버드 정도는 다니는 이지적인 여자가 필요하다는 것. 예쁘게 차려입고 즐겁게 노는 것만 신경써온 우즈는 “그렇다면 나도 하버드 법대에 갈 거야”라고 결심한다.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는 철부지 금발 미녀의 하버드 도전기를 담은 작품이다. 우즈가 하버드 입학을 결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고 상큼 발랄하게 그렸다. 하버드에 들어간 그가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는 과정도 신나는 음악과 경쾌한 분위기 속에 이어진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리걸리 블론드’를 최근 관람했다. 이날의 우즈 역은 ‘에이핑크’의 정은지. 그의 뮤지컬 데뷔작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도 많은 팬을 확보한 정은지가 나오는 이날 공연은 거의 매진. 공연장 입구에는 팬들이 보내온 ‘사랑의 쌀’이 수북 쌓여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객석의 뜨거운 환호 속에 바비 인형처럼 등장한 정은지는 깜짝 놀랄 정도의 가창력과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두근대고 설레고 떨리고 겁나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가 그대로 읽혀지는 무대였다. 우즈 역에는 ‘소녀시대’ 제시카, 뮤지컬 배우 최우리도 캐스팅됐다. 정은지가 씩씩하고 털털한 우즈라면 제시카는 인형처럼 사랑스러운 우즈. 제시카는 2009년 국내 초연 당시 안정된 가창력과 극중 캐릭터를 빼닮은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우즈를 도와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는 믿음직한 선배 에밋 역은 가수 팀과 연극배우 진선규가 맡았다. 워너와 약혼자 비비안, 우즈의 친구들 등 조연급 연기 호흡도 탄탄했다. 전체적으로 밝고 화사한 분위기로 여자친구들끼리 와서 울적한 마음을 털어내기 제격이다.

할리우드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금발이 너무해’가 원작으로 미국에서 2007년 토니상 7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는 2009, 2010년에 이어 세 번째 무대. 새로워졌다는 의미로 ‘금발이 너무해’에서 ‘리걸리 블론드’로 제목을 바꿨다.

예전 공연에는 없던 영상이 더해졌다. 하버드 신입생 소개 때 교정이 배경으로 나오거나, 우즈가 춤추는 장면에서 분홍색 하트 무늬 영상이 나오는 식이다. 음악도 반주음악이 아닌 5인조 밴드가 연주하는 라이브로 바뀌어 한층 생동감 있다. 제시카의 첫 공연은 28일이다. 내년 3월 17일까지 이어진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