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먹튀 론스타’ ISD까지 벌이다니
입력 2012-11-25 19:58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22일 제기했다. 외환은행 인수·매각을 통해 4조7000억원가량의 차익을 실현함으로써 외국계 사모펀드의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론스타가 그것도 모자라 우리 정부를 상대로 수조원대 소송 전쟁을 벌인 것이다.
론스타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한국 정부와 금융 당국이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켜 결과적으로 매각차액이 2조원 이상 줄어들어 큰 손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2006년 국민은행(현 KB금융지주)을 비롯해 2007년 싱가포르 DBS은행, 영국의 HSBC은행에 매각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금융 당국이 매각 승인을 해주지 않아 번번이 매각이 무산됐었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는 한국의 국세청이 올 초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대금 중 10%에 해당하는 3915억원을 양도소득세로 선취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외환은행 매각 당사자인 론스타의 자회사 LSF-KEB홀딩스는 벨기에 국적이라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에 따라 한국에 세금을 낼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론스타는 이미 국세청을 상대로 세금반환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둘 다 억지주장에 가깝다. 우선 금융 당국은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금융 당국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 것일 뿐 매각 승인 지연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벨기에 국적의 LSF-KEB홀딩스 운운도 조세 회피목적의 페이퍼컴퍼니이기 때문에 한·벨기에 BIT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론스타가 2008년부터 한·벨기에 BIT를 앞세우면서 ISD 중재 등을 언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금융 당국이 그에 대해 신중하게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한·벨기에 BIT가 2006년 개정 및 2011년 발효될 때까지도 페이퍼컴퍼니를 협정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한다는 이른바 ‘혜택의 부인(Denial of Benefits)’ 규정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또 금융 당국은 매각 승인 지연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시간을 질질 끌어 빌미를 제공했다는 측면도 있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론스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더구나 이번 론스타의 ISD 제소는 우리 정부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판결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총리실을 비롯해 6개 유관부처 30여명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리 공방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유사 사태에 대응하는 전문인력 육성에도 힘을 기울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