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결제·쿠폰·포인트 적립까지… 이통·금융·유통社 ‘전자지갑’ 대전
입력 2012-11-25 17:54
직장인 최혜정(38·여)씨는 최근 출근길에 깜빡 잊고 지갑을 두고 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집으로 돌아갔던 최씨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 스마트폰에 넣어 둔 신용카드 앱 덕분이었다. 점심 식사도 신용카드 앱으로 결제했다. 커피전문점에서 찍어주는 적립금은 또 다른 쿠폰앱을 통해 적립했다. 지갑이 없었지만 불편한 것은 없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를 넘어서면서 생활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변화의 중심엔 전자지갑 즉 ‘스마트월렛(smart wallet)’이 있다. 커피전문점과 외식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등 포인트카드는 물론 신용카드까지 스마트폰이 대신하면서 이용자들의 지갑은 가벼워졌다. 최근엔 스마트월렛이 지역 소상공인과 협력해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결제부터 쿠폰까지=2010년 10월 SK플래닛이 ‘스마트월렛’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국내 모바일 스마트월렛 시장이 열렸다. 이후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와 신한은행, 삼성카드 등 금융권들이 잇따라 스마트월렛 서비스에 나섰다. 이통사의 경우 이통사에 상관없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에 주력하고 있다면 금융권은 주로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플래닛 스마트월렛은 2년 만에 멤버십 발급 다운로드 건수 1000만을 돌파했다. 가입자수도 500만을 넘어섰다. 빨리 시작한 만큼 제휴사도 많다. 대형업체 30여개, 160여개의 브랜드와 제휴를 맺으면서 제휴 범위를 확대했다.
이후 KT가 ‘올레마이월렛’, LG유플러스가 ‘유플러스 스마트월렛’을 내놓으면서 시장 경쟁에 나섰다.
여기에 하나은행의 ‘하나N월렛’, 신한은행과 KT가 손잡은 ‘주머니’ 등도 잘 알려져 있다. 또 신세계는 유통업체로는 처음으로 스마트월렛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의 ‘S월렛’은 일정금액과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저장해 어디서나 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결제 후 전자영수증 확인도 가능하다. 삼성도 ‘삼성월렛’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월렛의 지향점은 똑같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또 고객과 제휴사를 연결하는 형태의 오픈 플랫폼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멤버십 카드를 만들 수 있지만 스마트월렛만 있으면 몇 번의 터치만으로도 멤버십 가입이 가능하다. 가맹업체도 혜택을 받고 있다. 고객과의 접촉이 좀 더 수월해졌고 투자비용까지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스마트월렛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의 구매물품이나 사용시간 등 소비패턴을 분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누가 더 빨리 편리한 서비스를 구현하느냐에 따라 스마트월렛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성숙하려면 풀어야할 과제도=지난 5월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발표한 ‘2012년 모바일 결제 시장 현황’을 보면 올해 모바일 결제 이용자는 지난해 1억6050만명보다 5170만명이 증가한 2억122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 결제 시장이 확대되면서 결제 수단인 스마트월렛 사용자들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선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선결 과제는 보안이다. 최근 스마트폰 속 개인 정보를 노린 악성코드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보안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특히 개인 금융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스마트월렛의 경우 해커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CeBIT ‘결제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비자의 호주 지사장인 비핀 칼라는 “개인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결국 신뢰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어떤 업체가 소비자들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지 신뢰를 주는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비스 영역이 넓지 못한 점도 문제다.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신흥국의 경우 스마트월렛 서비스에 가입된 가맹점 수가 일반 카드 가맹점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아 소비자의 선택 폭이 좁다. 따라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부상하려면 얼마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