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노다 다카요시씨 “한국 은둔형 외톨이 문제 일본보다 심각해질 수도”
입력 2012-11-25 17:58
11년 전 히키코모리 대안학교 ‘미라이노 카이’를 개교한 노다 다카요시(55)씨는 “일본보다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빨리빨리’ ‘힘내’라며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한국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일본 후쿠오카현 이즈카시에서 만난 노다씨는 한국과의 인연도 꽤 깊다. 그는 8년 전부터 한국 정신과 의사들과 교류해왔고 2007년에는 자신이 지도하는 히키코모리 학생들과 한국을 방문해 ‘왕따’를 주제로 한 연극 공연을 하기도 했다. 연극 역시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교육법이다. 노다씨에게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생기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은둔형 외톨이는 가족과의 관계가 깨지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급격한 핵가족화가 홀로 남겨진 은둔형 외톨이를 양산했다. 또 한국에는 위축돼 있는 사람에게 ‘넌 나약해’ ‘힘내야 해’라며 몰아붙이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빨리빨리’ 성과를 내야 하는 사회 시스템도 문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한 번의 실패를 겪어도 스스로 패배자로 인식한 사람들이 은둔형 외톨이가 돼 수면 아래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한국을 잠재적 은둔형 외톨이의 나라로 꼽은 이유는.
“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로 대표되는 가정의 붕괴, 1인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또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 현상 등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한국의 지하철을 타보면 모두 스마트폰만 쳐다본다. 또 학생들의 게임 중독, 게임 산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도 잠재적 은둔형 외톨이를 만드는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지도하면서 가장 중점에 두는 부분은.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 되려 한다. 한 사람의 삶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속단하지 않고 끈기 있게 기다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 일을 하면서도 실제로 내가 은둔형 외톨이가 돼 가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어렵다. 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그들을 사회로 환원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 사회도 은둔형 외톨이 학생 한 명 한 명이 회복될 때 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또 그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올해 한국에서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 사건들을 뉴스를 통해 들었다. 사회 시스템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관리하지 않은 것이 이러한 범죄가 많아지는 원인이다. 이들에게 정신 병력이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우선 정확한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치료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 일회성 이벤트보다 은둔형 외톨이 개인의 특징을 잘 파악한 돌봄 정책이 필요하다.”
후쿠오카=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