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3부) 정신질환 불감증, 해법과 대책] (3·끝) 히키코모리 대책 마련 나서는 일본

입력 2012-11-25 22:42


日 ‘히키코모리’ 대안학교 졸업생 절반 새로운 삶 찾아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는 1970년대부터 일본에 나타나기 시작해 1990년대 중반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틀어박히다’는 뜻의 일본어 ‘히키코모루’의 명사형 ‘히키코모리’는 ①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고 ②낮에 잠을 자고, 밤에 일어나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 몰두하고 ③자기혐오나 우울증 증상을 보이며 ④부모에게 응석을 부리고 폭력을 행사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일본의 15∼39세 인구는 약 3880만명. 이 가운데 히키코모리는 69만6000명(1.8%) 정도로 추산된다. 잠재적 은둔형 외톨이 155만명까지 합하면 220만명으로 해당 인구의 5%를 넘는다. 일본 내 전문가들은 2030년을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첫 변곡점으로 예상한다. 2030년은 은둔형 외톨이 첫 세대가 65세를 넘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다. 일본은 국가와 민간 차원에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시바타 세이지(15)군은 이혼한 부모 중 누구도 자신을 키우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2년 전 모두와의 관계를 끊었다.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세이지군이 걱정된 외할머니는 상담센터를 알아보다 지난해 12월 히키코모리 대안학교 ‘미라이노 카이(未來の會·미래의 모임)’를 찾았다.

교사 노다 다카요시(55)씨는 세이지군의 집을 찾았지만, 1시간을 기다리다 발걸음을 돌렸다. 세이지군은 아무도 만나려 하지 않았다. 노다씨는 매주 1번씩 세이지군의 집을 방문했고, 6개월이 지나서야 세이지군과 마주 앉을 수 있었다. 현재 세이지군은 노다씨와 함께 드럼을 배우는 사이가 됐다. 지난달 17일 일본 후쿠오카현 이즈카시(市)의 미라이노 카이를 찾았다.

◇방문수업과 소모임의 미라이노 카이=‘미라이노 카이’는 은둔형 외톨이에게 평범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민간 대안학교다. 1999년 4월 일본 교토부 무코시(市)에 처음 만들어졌고, 지난 3월 이즈카시에 두 번째 분교가 생겼다. 미라이노 카이의 수업은 ‘은둔형 외톨이’라는 대상의 특성에 맞춰 방문수업과 소모임 활동으로 진행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방문수업은 먼저 가족과의 대화로 시작된다. 이 시간을 통해 학생의 한 주 생활을 점검하고, 학생과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다. 가족과의 시간을 통해 배경지식을 갖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학생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이후 악기연주나 미술 등 교과수업을 진행한다. 학생에게 맞는 속도로 수업을 진행하며 억지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 학교의 철칙이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소모임 활동은 음악, 미술, 원예, 연극수업으로 진행된다. 음악실에서는 맘껏 피아노를 두들길 수 있고 정원에서 함께 꽃을 키우고 풀을 뽑기도 한다. 함께 각색한 극본으로 연기 연습을 한다. 학교의 마스코트 강아지 ‘사쿠라’도 함께 돌본다.

미라이노 카이 학생들은 학교활동과 함께 반드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뚜렷한 병명과 증세가 없더라도 정신과 의사의 정기적인 진단이 히키코모리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미라이노 카이를 거친 학생은 600여명. 학생들의 절반 정도는 간사이, 리츠 메이 칸 대학 등에 진학하거나 전문학교에 들어가 직업을 갖고 새 삶을 살고 있다. 중학교 교사나 임상심리사, 물리치료사가 돼 성공적으로 사회에 재진입한 케이스도 있다. 그러나 학교를 거쳐 간 학생 중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픔도 있었다. 노다씨는 1년간 지도했던 학생에게 맞아 갈비뼈가 6개나 부러지기도 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조금씩 변화하는 제자들은 노다씨가 미라이노 카이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다.

노다씨의 일을 돕고 있는 늦깎이 학생 가와카미(31)씨는 올해로 7년째 미라이노 카이에서 기숙하고 있다. 3번의 자살시도 경험이 있는 가와카미씨는 최근 사회성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 방문 수업을 할 때 운전을 돕거나 손님을 마중 나가는 일을 거들곤 한다. 노다씨는 “가와카미가 아직도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하거나 긴 대화를 나누진 않지만 이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대학과 연계된 히키코모리 지원 활동=지역 대학도 히키코모리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즈카시 내 후쿠오카 겐리츠 대학은 2007년 10월부터 히키코모리 학생들을 위한 교실을 학교 내에 마련했고, 수백 명의 대학생들이 교육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후쿠오카 겐리츠 대학 히키코모리 서포트 센터’. 히키코모리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이 대학교로 수업을 들으러 온다.

지난달 18일 방문한 센터의 교실에서 탁구채를 휘두르는 아이들, 퍼즐 맞추기에 심취한 아이,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아이,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교과 수업은 소교실에서 1대1로 진행되기 때문에 교실은 아이들에게 놀이터가 된다.

관련 교육을 받은 200여명의 대학생 봉사단이 돌아가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들과 친근하게 지내면서도 과외수업을 받는 것처럼 심층적인 교과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한 달에 2번은 정신과 의료진, 심리학자가 모여 부모, 학생 간의 만남을 가지며 가정에서의 활동도 체크하고 실질적인 치료도 병행한다. 봉사에 참여하는 한 대학생은 “히키코모리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삶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며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몸소 체험하고 있어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센터를 관리하는 사회복지사 구로이와 타쓰야씨는 “대학생 선생님과의 만남이 계속 이어지면 등교하지 않던 아이들도 학교 환경과 교육에 익숙해져 또래 사회로 진입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후쿠오카=글·사진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