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홍순명 풍경화 ‘사이드 스케이프’] 대상의 중심보다 주변에 머물며 세상 이면에 대해 질문
입력 2012-11-25 18:08
풍경화인데 풍경은 없다. 그 대신에 사건이 있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12월 9일까지 ‘사이드 스케이프(SIDE SCAPE)’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여는 홍순명(53) 작가. 풍경화 신작을 모았다는데 “이게 풍경화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추상적이다. 세상을 항상 새로운 시선으로 뒤집어 보려고 노력한다는 작가의 시선은 어떤 대상의 중심보다는 그 주변에 머문다.
그의 작업은 인터넷에서 소재 찾기로 출발한다. 하루에도 수만 장씩 쏟아지는 보도사진을 찾아보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그림을 그린다. 보도사진 자체가 아니라 주변의 이미지만을 확대해 화폭에 옮긴다. 198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할 때 이방인 같은 기분이 들어 중심과 주변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 결과 이런 작업이 나왔다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군함을 그린 작품(사진)을 보자. 형상이 뚜렷하지 않다. 군함 자체보다는 주변 이미지를 표현했다. 이를 통해 세상의 이면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지구촌 문화 소외지역 아이들과 함께 만든 초상화 시리즈도 전시한다. ‘꿈꿀 권리’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잊고 있던 꿈, 혹은 무심하게 지나쳤을 주변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돌아보게 한다(02-736-4371).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