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문용린·이수호’ 두 후보 인터뷰

입력 2012-11-26 00:32


국민일보는 서울시교육감 보수단일후보로 선출된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과, 진보단일후보로 지목된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을 지난 22일 연쇄 인터뷰했다. 문 후보와의 인터뷰는 서울 양재동 교총회관에서, 이 후보와의 인터뷰는 서울 평동 이 후보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두 후보는 ‘선행학습 금지’, ‘중1 시험폐지’, 위기학생지원 강화 등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지만 무상급식, 혁신학교, 특목고 폐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대립했다.

보수

문용린 후보 <前 교육부장관>

선행학습 금지 위한 기준 마련

교사들 자율적 지도 권한 필요


-문용린 후보가 보수 단일 후보로 선출된 이후 남승희 명지전문대교수가 출마선언을 했다. 예비후보 등록을 한 보수성향 후보는 모두 4명으로 늘었다. 반면 진보 진영은 단일화 이후 모두 승복했다. 보수 분열, 진보 승리가 재연되지 않으려면 다른 보수 후보들을 껴안거나 설득해야 하지 않나.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라 나를 추대한 분들의 몫이다. 주변에서 내가 나서야 보수가 승리할 수 있다고 해서 (단일화 과정에) 참여했다. ‘내가 (보수의) 대표다’ 생각하고 좋은 정책을 펼쳐 보이겠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캠프에서 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갑자기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교육자치를 수호해야 할 교육감 후보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

“캠프에서 교육공약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일종의 ‘자원봉사자’ 역할을 한 것이다. 새누리당에 조언을 한 것이 정치적인 중립성을 훼손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에) 입당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정치적) 압력을 받을 이유도, 그 어떤 연계고리도 없다. 교육감이 된다면 내 양심에 비춰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

-야권 단일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문 후보가 교육감이 된다면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가령 새 대통령이 특목고 폐지를 추진한다면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인가.

“내가 가진 기본적인 교육적 입장이 ‘다양화’다. 교육 철학이 상충한다면 정부와 대립할 수도 있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추진한다면 법을 어길 수는 없지만 그런 방식이 아니라면 분명히 반대하겠다.”

-문 후보의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 공약이 화제다. 진보 진영은 지지하고, 보수는 우려하고 있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맹점은 유치원부터 고3까지 교과목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직업, 어떤 방식의 삶을 사는 게 좋을까’라는 인생 비전에 대해 생각을 못 한다. 때문에 중학교에 들어가면 일종의 ‘내 인생 계획하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꿈을 가지게 되면 교과목에 대한 의욕도 생기고 분명한 미래에 대한 방향감을 가질 수 있다. 학교에 멘토들을 초빙해 이야기를 듣거나 직업체험을 해보면서 인생에 대한 삶의 계획, 인생에 대한 감각을 가지게 했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선행학습 금지에 대해서는 모든 대선후보와 교육감 후보들이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한가. 일부 영재학교나 과학고에서는 학교차원에서 선행학습을 한다. 모든 선행학습이 금지대상인가.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선행학습은 특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교육을 저해하는 일반 학원의 선행학습이 금지대상이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공교육을 보조해야지 공교육을 해쳐서는 안 된다.”

-왕따, 학업중단 등 위기학생을 돕기 위한 ‘위(Wee) 프로젝트’가 정착되지 않고 있다. 고위기학생들을 별도로 교육하는 기숙형 위 스쿨이 전국에 4곳 있지만 서울은 한 곳도 없다. 학교단위의 위 클래스 설치 비율은 40%도 안된다. 그나마 설치된 곳도 상담 인력이 부족해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실정이다.

“위 프로젝트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도와주고, 필요하면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 위 프로젝트가 아마 유일하게 특별보호가 필요한 학생들을 보호해주는 시스템인 것 같다. 문제가 발생한 아이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지만 이혼가정, 다문화가정 등 잠재적 위기 학생들을 위한 예방 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교단의 안정화를 강조하고 교사 인센티브제를 언급했다. 교원 평가제에 대한 입장은

“현재 선생님은 학생들의 두발검사를 한다든지, 문제가 있는 아이의 가방 검사를 하는게 어렵게 되어 있다. “선생님이 제 머리에 대해 이야기할 권한이 없으시잖아요” 학생들의 반응이 대부분 이렇다. 이럴 때 선생님들이 느끼는 자괴감이 있을 것이다. 교사들이 자신들의 교육적 판단에 의해서 지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젊은 교사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학교 현장에 확산될 수 있도록 교사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겠다. 잘 하는 교사들을 칭찬해야지, 못하는 교사들을 벌주는 방식의 교원평가제는 반대한다.”

-무상급식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상급식은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교육감 혼자서 추진할 수 없다. 기초자치단체들도 예산이 없어서 무상급식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초 스케줄대로 하기 어렵다는 뜻인가.

“2014년까지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도록 돼있는데 지키기 힘들 것 같다. 무상급식하느라 화장실 고치는 예산조차 없는 상황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너무 대책없이 일을 벌려놓았다. 조정이 필요하다.”

문용린 후보는

△경기도 여주(1947년) △서울대 교육학과 △美 미네소타 교육심리학 박사 △서울대 교수 △교육부 장관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한국교육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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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이수호 후보 <前 전교조위원장>

무상급식·혁신학교 계속 추진 영어선택제로 쏠림현상 막아야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수감 중인 곽 전 교육감을 면회했다. 곽 전 교육감의 사후매수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데 대해 같은 진보후보로서 유권자들에게 설명해야 하지 않은가.

“곽 전 교육감의 진정성을 믿는 입장이다. 곽 전 교육감의 구속과 그 분의 정책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곽 전 교육감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듯이 논란이 있다. 나는 그 분의 진정성, 진심을 믿는다. 그것을 전제로 곽 전 교육감의 정책 가운데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좋은 것은 계승하고, 보완해서 추진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최고위원을 지냈다. 특정 정당의 지도부를 역임한 경력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교육감에 당선되더라도 정파성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치를 했다기보다 교사로서 교육운동과 노동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진보정치운동을 한 것이다. 항상 교사의 입장에서 교육과 노동 문제를 생각하면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까 고민해왔다. 민노당은 지난해 5월 탈당했다. 그 뒤 정당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고 교육문제에 더욱 천착했다. 법이 구현하는 교육감의 자격 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크게 어긋나지 않고 제 양심에 부끄럼이 없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후보의 교육공약에 대해서 대체로 비판적이다. 특히 무엇이 문제인가

“박 후보가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얘기했다. 이런 정책은 좋다. 그러나 기본 교육철학이 문제라고 본다. ‘아이들을 쉬게 해주자’ ‘대학입시를 간소화하자’ 하면서도 시험은 계속 보자고 한다. 일제고사 같은 것은 없애야 쉬는데 일제고사는 계속 보겠다고 한다. 경쟁교육, 수월성 교육을 우선시하는 기본철학이 그 맥락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1 시험 폐지’라는 문 후보의 공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렇다. 그런데 논란이 일자 (문 후보가) ‘자율적으로,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바꾼 걸로 안다. 신뢰할 수가 없다. 지금 아주 구체적인 공약을 다듬고 있다. 현행 교과과정과 충돌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교육감의 권한 안에서 최대한으로 실시하겠다. 다만 교과과정이 그걸 막고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고쳐나가는 노력을 하겠다.”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을 경쟁교육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경쟁교육 뿐 아니라 가정해체, 다문화가정 등 다른 요인도 있다. 또 지난해 양천구에서 발생한 학생 자살사건에서 보듯이 교사의 미숙한 대처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경쟁교육은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이고, 물론 그 뒤에는 사회의 폭력성, 양극화에 따른 빈부 격차, 학벌사회와 임금 격차 등 많은 요소들과 연동되어 있다. 학교폭력에 교사의 책임도 크다. 교사 출신으로 변명하자면, 서울의 교사 8만명 중 일부 미숙한 교사가 있을 수 있다.

이제는 우리 교사들이 자기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그동안 교사들은 항상 위에 있었다. 지시하고 지도하고 가르치고. 그러나 세대가 많이 바뀌었다. 아이들의 거친 말투를 교사가 들으면 욕이지만 학생들은 평상어이다. 교사들이 눈높이를 낮추면 이해가 된다. 교사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교육도 받아야 한다.

-핵심공약을 보면 선행학습금지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기본적으로는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서 막아야하지만,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법이나 규제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공약 중 ‘학업중단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기숙형 위스쿨, 위탁형 대안학교를 확대 운영하겠다’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실제 서울에는 위 스쿨이 하나도 없다. 중도탈락 등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모범적으로 잘하는 사례들을 도입해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에서 (그렇게 표현)했다. 위기학생 지원책을 활성화하고 강화하겠다. 계획만 세워놓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 위 클래스도 인테리어만 해놓고 먼지만 앉게 놔둬선 안된다. 그것은 (일선 학교에서)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 일방적으로 시켜서 소통이 안 된 탓이다.”

-영어과목을 선택제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럴 경우 수능 시험이나 대입 과정에서 서울 출신 학생들만 불이익을 받거나 손해볼 수 있지 않을까

“수학 같은 경우 학년에 비해서 너무 어렵다. 난이도를 낮추자. 그래야 선행학습이 없어진다. 그 다음이 영어문젠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영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데 과도하다. 이것 역시 사교육 시장과 연결된다. 영어 선택제는 영어를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외국어 중 선택하도록 하자는 얘기다. 다양성의 시대에 외국어도 다변화해야 된다. 영어 편중을 막아야 한다.”

이수호 후보는

△경북 영덕(1949년) △영남대 국문과 △고려대 교육학 석사 △신일중·고 교사 △전교조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공동선대위원장 △노무현재단 운영위원 △한국교육복지포럼 공동대표

인터뷰=전석운 정책기획부장, 정리=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