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5 안철수 후보 전격 사퇴] “安 후보에 큰 빚… 文, 가장 정중한 예의 갖춰 인사할 것”
입력 2012-11-24 00:12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직 사퇴를 밝힌 지 20여분 만인 오후 8시40분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트위터에 “안 후보님과 안 후보님을 지지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이 한 문장 속에 그동안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모두 묻어났다. 문 후보는 안 후보 사퇴 회견을 서울시내 모처에서 생중계로 지켜본 뒤 직접 휴대전화로 트위터 메시지를 올렸다. 이후 선대위 관계자들과 통화하며 민주당과 선대위 입장을 정리했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사퇴 회견 1시간 뒤 공식 입장을 냈다. 진성준 대변인은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큰 결단을 했다. 우리 모두가 안 후보께 큰 빚을 졌다.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며 “안 후보는 새 정치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단지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왔다. 우리는 안 후보와 그를 지지한 모든 국민의 힘을 모아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새 정치와 새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진 대변인은 이어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정중한 예의를 갖춰 인사할 것”이라며 “문 후보 입장을 밝히는 시간도 따로 갖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밤 10시55분 우상호 공보단장을 통해 안 후보 사퇴에 대한 공식 메시지를 발표했다. 또 안 후보와 합의한 새 정치 공동선언 등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약속하며 안 후보 지지층을 적극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안 후보 사퇴 회견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문 후보 캠프에선 안 후보가 “후보 사퇴”를 언급하는 순간 “아…”하는 탄성이 쏟아졌다. 당직자들은 TV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단일화 협상을 벌이며 안 후보 측과 극도의 신경전을 주고받은 터라 모두 말을 아꼈다.
이후 문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들은 긴급회의를 위해 속속 당사로 모여들었다. 홍영표 상황실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안 후보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아무래도 후보 등록 전까지 단일화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강했던 것 같다”고 했다.
안 후보의 갑작스러운 사퇴가 안 후보 측 지지자들의 대규모 이탈이나 중도층의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자칫 상황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역풍이 불 수도 있어서다. 안 후보 의중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안 후보와의 세력통합 없이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 의사만 피력했을 뿐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 사퇴로 정치혁신 의제가 대선 국면에서 꺼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나 민주당을 포괄하는 신당 창당을 기대했지만 물거품이 됐다”면서 “정치혁신에 대한 구체적 방도를 고민할 기회를 잃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성규 백민정 임성수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