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예산안 마련 진통… 회원국 재정확대·긴축 대립
입력 2012-11-23 19:36
2014년부터 7년 동안 회원국들로부터 갹출해 사용할 유럽연합(EU)의 예산안 마련을 위한 정상회의가 개막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EU 재정의 확내냐 긴축이냐를 놓고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른 회원국끼리 의견 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이다.
EU 정상회의는 22일 오후 11시(현지시간) 개막했으나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작성한 예산안 초안에 대한 이견 때문에 예상보다 3시간가량 늦게 시작했다. 초안에 대한 입장을 마련하겠다는 국가들이 많아지면서 회의는 곧 정회됐다가 23일 낮 12시 이후 속개됐다.
영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들은 유럽에서 전반적으로 진행되는 예산 긴축에 발맞춰 EU의 예산도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나 스페인은 물론 동유럽 회원국들은 예산 감축에 반대하고 있다. EU 예산은 회원국의 농림어업이나 저개발국을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쓰인다.
반롬푀이 의장이 제시한 초안은 30억∼240억 유로의 예산을 줄여 9720억 유로로 책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를 8860억 유로로 더 낮춰야 한다며 예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 분석가들에 따르면 정상회의를 앞두고 불거진 주류 구입비 문제나 유럽이사회의 건물 신축 비용 문제 등은 예산안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EU 집행이사회와 유럽이사회 저장고에 와인 4만여병이 쌓여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럽인들은 EU의 방만한 재정에 분노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