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5] 여론조사 무엇이 문제인가… “적합도+지지도 합산, 통계원칙 벗어난 무리수”

입력 2012-11-23 19:30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간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여론조사로 이뤄질 예정이지만 정작 여론조사업계에서는 두 후보 측이 고려하고 있는 조사방식이 썩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23일 현재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 50%와 후보 적합도 또는 지지도 50%를 합산해 더 많은 지지율을 얻은 후보를 단일 후보로 한다는 방침을 정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항 설계를 아무리 정밀하게 잘 해도 둘의 조사를 합산하는 것은 통계학의 기본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자를 넣고 빼는 문제에 따라 양자대결과 지지도 또는 적합도 조사의 모집단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며 “그런데 이 둘을 합산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단순 지지율을 합산할지, 또 어느 한쪽에 더 높은 가중치를 줄 경우 얼마만큼 줘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다. 2002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단일화 당시 여론조사는 리서치앤리서치가 했다. 이곳의 배종찬 본부장은 “2가지 여론조사를 병행하는 건 정치적인 방식이지 과학적 여론조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2의 역선택 문제도 있다. 지금 양측은 박 후보 지지자의 역선택만을 문제 삼고 있지만 만일 문 후보 지지자가 안 후보의 경쟁력을 깎아내리기 위해 안 후보가 아닌 박 후보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면 박 후보의 승률이 훨씬 높게 나와 안 후보가 불리해진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조사가 졸속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 정도로 ‘복잡한’ 여론조사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문항 설계를 하고 면접원 교육과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하지만 시간이 너무 빠듯한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당장 조사를 떠맡을 기관이 면접원 모집과 프로그램 설계를 할 시간도 부족하다”며 “각 캠프가 이런 사정을 알면서 또다시 대권 관련 승부 부담을 우리 쪽에 지우려 한다”고 불평했다.

이 때문에 공신력 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조사를 피하고 싶어해 상대적으로 매출액 기준 중·하위권 업체들이 조사를 떠맡을 가능성이 높다. 공신력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단일화 조사와 관련해 두 후보 측에 4개 정도의 업체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모두 설립된 지 10년 이상 된 중견 회사들이지만 매출액이 200억원을 넘는 메이저 기관은 한 곳도 없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