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5 안철수 후보 전격 사퇴] 야권 단일화에 맞서 朴, 텃밭 표심 다잡기

입력 2012-11-23 22:23

“이번 대선은 내 마지막 정치다. 모든 걸 바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선관위 대선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둔 23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아 이 지역 의원들과 만나 결의를 다졌다. 야권 단일화에 맞서 전통적인 지지층부터 단단히 결속한 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지지층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방’에서 안보·민생 강조=박 후보는 ‘텃밭’에서 전통적 지지층을 결속하는 데 ‘올인’했다. 박 후보는 먼저 경북 안동 문화의거리에 마련된 ‘연평도 2주기 추모 분향소’를 찾아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안보 이슈를 부각시켰다. 방명록에 ‘안보를 굳건히 지켜나가겠다’고 쓰고 헌화·분향한 박 후보는 “NLL은 우리 안보와 직결된 생명선”이라며 “NLL이 없다면 우리의 안보도, 연평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에겐 “상처를 안고 계신 유족 여러분과 아픔을 함께한다”고 조의를 표했다.

박 후보는 이어 안동의 전통시장, 대구의 청과물 시장 등 재래시장을 방문해 재래시장 상품권을 직접 사용하며 골목상권 활성화를 약속했다. 또 대형 유통업체에 전통시장이 밀리는 데 대해서도 해결책을 찾아보자며 위로했다. 대구에선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지자체장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민심을 듣기도 했다.

박 후보의 고향 방문에 지역 의원과 시민들도 열띤 지지로 화답했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후보와 오찬을 함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 당일까지 박 후보의 대구 방문은 오늘이 마지막이 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며 “후보는 다른 곳에서 열심히 하시고 이곳은 우리가 지키겠다”고 말했다. 포항 죽도시장을 찾았을 때에는 2만여명의 지지자가 운집하는 바람에 박 후보가 시장 방문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안동에선 박 후보의 등장에 감격한 지지자들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단일화 맞서 ‘집토끼’ 결집=TK는 이미 ‘박근혜 공화국’이었다. 박 후보가 방문하는 곳곳마다 박수갈채와 함께 ‘대통령 박근혜’란 연호가 쏟아졌다. 대구 청과물시장에서 만난 최우정(56·자영업)씨는 박 후보를 ‘주는 것 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안동에서 농장을 경영한다는 권영훈(67)씨는 “안동은 유동인구가 적어 토박이가 많다. 몰표가 나올 것이고, 박 후보 고향인 구미보다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TK 행보에 나선 것은 야권 단일화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야권이 결국 단일화를 성사시킨 상태에서 27일 0시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게 되면 우리 쪽도 수세에서 공세로 바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제부터는 수도권, 젊은층, 중도 등 야권에 비해 열세인 곳에 집중 사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유리한 곳에 먼저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산지역 의원은 “단일화가 주중에 성사됐다면 공격적으로 부산·울산·경남(PK)부터 방문할 계획이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박 후보가 오찬 이후 방문 현장에서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준비해 한때 비례대표 사퇴를 발표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에 대한 대응카드로 발표하려던 박 후보의 비례대표 사퇴 발표는 후보등록 즈음으로 미뤄졌다.

대구=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