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수뇌부 물러나라”… ‘돈 검사’ 이어 ‘性검사’ 파문 검찰 패닉상태

입력 2012-11-23 22:26

석동현(52) 서울동부지검장이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전모(30) 검사 감독소홀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연이어 터지는 현직 검사 추문에 크게 화를 내며 강하게 질책했다. 검찰 안팎에선 수뇌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석 지검장은 23일 검찰 내부게시판을 통해 “서울동부지검에서 발생한 불미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며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광준 검사 사태로 조직 위신이 바닥에 추락한 상태에서 다시 조직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사태를 접하는 순간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 검사에 대해) 조속히 감찰조사를 실시해서 응분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사건을 공명정대하게 수사해야 할 검사가 어떻게 이런 일들을 저지를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수뇌부가 퇴진하는 방식밖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 익명 게시판에도 검찰 수뇌부가 추진하는 개혁안만으로는 조직을 추스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서울지역 한 부장검사는 “검찰 신뢰도가 바닥을 치다 못해 지하로 뚫고 들어가고 있다”며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사람의 문제, 운영의 문제”라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연달아 추문이 불거지는데도 검찰이 내놓은 대책은 사건 본질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적 기류가 강한 상태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 수뇌부의 줄 사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임기 말 검찰 수뇌부를 교체할 경우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데다 대규모 검찰 연쇄 인사가 필요해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도 “조직을 수습하고 개혁하는 게 먼저다. 사퇴는 땜질식 처방일 뿐”이라고 말했다.

성추문 사건을 조사 중인 대검 감찰부는 피의자 A씨와 성관계를 맺은 전 검사가 합의금을 주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정황을 잡고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A씨는 전 검사와 성관계 후 여성아동센터에서 성폭력 상담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찰부는 이번 주말 전 검사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대검 감찰부는 광주지검 K검사의 비위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K검사는 순청지청 근무당시 화상경마장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청탁을 받고 편파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최근 2주일 새 터진 세 번째 현직 검사 비위 의혹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