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박근혜-문재인 맞대결…“정권교체 위해 백의종군” 안철수 후보 사퇴
입력 2012-11-24 00:08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23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며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후보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이에 따라 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됐으며 12월 19일 치러지는 18대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문 후보의 여야 양강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안 후보의 예상 밖 갑작스러운 사퇴 선언에 따라 대선 정국이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요동치게 됐다. 안 후보는 그간 대선 완주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안 후보의 후보직 사퇴가 ‘아름다운 양보’로 비칠 경우 야권 지지층 결집을 강화시킬 수 있지만 이전투구 끝에 ‘새 정치’(안 후보)가 ‘정당 정치’(문 후보)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판이 커지게 되면 단일화 이후의 결집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 후보 사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어떻게 형성될지가 26일 남은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안 후보가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 문 후보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도 관건이다. 두 후보는 지난 18일 새 정치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대선 전에 ‘국민연대’를 하기로 합의했었다. 안 후보가 문 후보 측 기대에 부응해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할 경우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는 오후 8시20분 서울 공평동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며 새 정치에도 어긋난다”며 “저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문 후보와 저 중에 한 사람이 양보해야 하는 상황인데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안 후보는 “이제 단일후보는 문 후보이며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안 후보는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주신 고마운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울먹였다. 이로써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출마 가능성 때문에 정치권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안 후보가 1년간의 정치실험 끝에 일단 이번 대권의 꿈은 접게 됐다.
앞서 두 후보는 각각 대리인으로 이인영 공동선대본부장과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을 내세워 오전부터 단일화 협상의 막판 쟁점인 여론조사와 관련한 최종 절충 작업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안 후보는 오후 5시쯤 박 본부장으로부터 협상 결렬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캠프에서 3시간여 숙고를 거쳐 후보직 사퇴 결단을 내렸다.
문 후보는 안 후보 사퇴 2시간35분이 지난 오후 10시55분 우상호 공보단장을 통해 “정치혁신과 새 정치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안 후보의 진심과 염원을 정권교체를 통해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또 “안 후보와 합의한 새 정치 공동선언과 경제·복지, 통일·외교정책을 실천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고 안 후보께 정중한 예를 따로 갖추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은 “안 후보가 사퇴한 것은 구태정치의 벽에 막혔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