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테마주 요지경] 대선發 불꽃놀이

입력 2012-11-23 22:46


지난해 12월 2만원대인 EG 주가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EG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동생 박지만씨가 최대주주인 금속산화물 제조업체다. 대표 ‘박근혜 테마주’인 이 업체의 주가는 12월 7일 3만원대(3만1800원)에 진입한 뒤 1주일 만인 15일 6만원대(6만1900원)까지 치솟았다. 6일(12월 9~16일) 내내 가격이 올랐고 그중 5일은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시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디도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박 후보 체제 출범이 가시화될 때였다. 박 후보는 2년7개월 만에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했고 쇄신파 의원들로부터 총선 공천권을 인정받았다. 한나라당이 사실상 ‘박근혜당’으로 전환한 것이다. 올해 4·11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올해 초 예비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확인되자 EG 주가는 또 급등했다. 1월 3일 1만원 오른 7만7000원에 이어 바로 다음날 8만700원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장중 한때는 8만79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후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논란에 휩싸이면서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EG 주가는 연일 하락하며 4만300원까지 주저앉았다. EG의 숨통이 트인 건 한나라당에서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직후였다. 박 후보가 ‘선거의 여왕’으로 진가를 발휘하며 대세론이 재확산되자 EG는 연속 상한가를 치며 다시 7만원대까지 올라갔다.

EG는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총선 후 5만~6만원대를 유지하던 EG 주가는 박 후보 지지율이 문 후보에게 뒤진 지난 9월 19일부터 7일 연속 떨어지며 5만원선이 깨졌다. 이날은 박 후보가 경계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날이기도 했다. EG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 후보 간 단일화 논쟁이 이슈로 부각되며 박 후보 지지도가 정체를 보이자 지난 16일 3만8100원까지 떨어졌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정치 테마주가 나타나 유력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 춤춘다. 대선 테마주는 더욱 그렇다. 해당 정치인의 지지율을 좇아 천당과 지옥을 오가다 결국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주고 끝나는 정치판의 ‘위험한 그림자’다. 대표적 문재인·안철수 테마주인 우리들생명과학과 안랩도 마찬가지다.

안랩은 대주주인 안 후보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대선 후보로 거론되자 주가가 가파르게 솟았다. 9월 3만원대였던 안랩 주가는 10월 6일 4만50원, 10일 5만2200원, 11일 6만원, 17일 7만1700원, 20일 8만원 등 거침없이 뛰었고 24일 사상 처음 10만원대를 기록했다. 이때 안랩 시가총액은 처음 1조원을 넘었다. 정치권을 흔들기 시작한 ‘안풍(安風)’이 본격적으로 몰아치자 안랩 주가는 거침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박 후보를 따돌리고 1위로 떠오르자 급등세가 이어졌고 지난 1월 4일에는 사상 최고가인 15만9900원을 찍었다. 이후 안 후보의 움직임에 따라 안랩 주가는 출렁였다. 안 후보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된 직후나 출마 선언이 유력하게 알려진 다음날에는 여지없이 큰 폭으로 올랐다.

막상 출마 선언을 한 뒤로는 상승세가 꺾였다. 안랩 주가는 밑 빠진 독의 물처럼 빠지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5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문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고 문 후보로의 단일화 예측까지 나오면서부터는 더 떨어졌다. 최근 4만원대를 간신히 유지한 안랩 주가는 23일 밤 안 후보가 문 후보로 단일화하겠다며 전격 사퇴하면서 향방이 더욱 불안해진 상태다.

대표적 문재인 테마주인 우리들생명과학도 올 들어 폭등했다. 의료기기 도매 업체인 이 회사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주치의의 아내가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문 후보와 엮였다. 지난 1월 30일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처음 추월한 것으로 나오자 8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10일간 멈추지 않고 상승했다. 이 기간 안랩 주가는 추락했다. 1000원을 조금 웃돌았던 주가는 폭등을 거듭해 2월 6일 2090원을 기록했고 다시 10여일 만에 약 2배인 4005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현재는 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