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대학의 성공 비결] 졸업생 평균소득 6620만원 ‘부농의 산실’
입력 2012-11-23 18:24
영농의 꿈이 익는다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군량3리 842번지. 조해석(34)씨와 아내 서강화(33)씨가 8년째 꿈을 일구고 있는 곳, ‘청운표고’다. 한국농수산대학 특용작물학과 캠퍼스 커플인 조씨 부부는 졸업 직전에 결혼을 하고 2004년 졸업과 동시에 버섯농장을 짓기 시작했다. 지금은 부지 면적 2980㎡(900여평)가량의 공장과 6600㎡(2000평)에 달하는 비닐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표고버섯은 비교적 가격이 안정적인 고소득 작물로 조씨 부부는 연간 5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일 찾아간 청운표고에서는 ‘배지’ 만드는 일이 한창이었다. 쌀겨 등 영양분을 섞은 톱밥을 비닐봉지에 넣고 입구를 탁구공처럼 동그란 솜으로 막는다. 이것을 톱밥 표고 배지라고 한다. 만들어진 배지를 열로 찌고 다시 식힌 후 표고 종균을 접종한다. 그다음 약 4개월간 섭씨 18∼20도에서 균을 배양하면 버섯이 자라게 된다. 겨울에는 주로 배지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실내에서 배양한 뒤 2월 말쯤부터 비닐하우스에 내다놓는다. 그때부터 버섯을 키우는 것은 자연의 몫이다.
조씨 부부는 모두 영농 후계자다. 조씨의 부모님은 고향 충남 부여에서 양송이버섯 재배를, 서씨의 부모님은 이천에서 과수 재배를 했다. 조씨의 부모님은 조씨가 처음 농업 대학 진학을 원했을 때 말렸다. 농사일이 힘든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억지로 건축학과에 진학했지만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군 생활 중 한농대를 알게 된 조씨는 전역 후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한농대에 입학했다. 버섯 농사를 짓던 부모님을 어릴 때부터 지켜 본 그는 버섯 재배를 전공하게 됐고 당시 약초 재배를 전공하던 서씨를 만나게 됐다. 서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한농대에 입학했다. 서씨는 “한농대는 2학년이 되면 10개월간 현장실습을 나가기 때문에 학교에 같이 있는 1, 3학년 때 커플이 많이 생긴다”며 “졸업하고 결혼한 후에도 동문 커플 모임이 활발해 이천에도 40명 정도의 졸업생이 자주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을 다진다”고 말했다.
한농대에 입학하는 사람 중에는 부모님이 크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다. 조씨는 “부모님 일터에서 농사를 시작하는 경우는 크게 힘이 들지 않지만 이렇게 스스로 처음부터 농원을 일구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처음 5∼6년은 농장을 키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지금도 조씨는 새벽 5시면 농원에 나와 일을 준비한다.
청운표고에서 생산하는 표고버섯은 연 45t가량이다. 경기지역 친환경 급식 자재로 90여개 학교에 납품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직접 판매도 한다. 표고균을 배양시킨 톱밥 배지를 경기·충청권에서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는 농가 10여곳에 분양도 한다. 이렇게 벌어들인 소득으로는 시설투자를 위한 여유자금을 모아놓아야 한다. 조씨 부부는 이들 농가와 함께 버섯 생산량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키우고 일정 규모로 조직화해 유통시장에 나가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서씨는 “농가 소득도 보장해주면서 수익을 올리려면 우리끼리도 조직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씨 부부는 “농업인을 꿈꾼다면 한농대만한 곳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등록금, 기숙사비 등이 전액 지원되고 졸업 후에도 행정적 지원이 계속된다. 각 시·군·구마다 담당자가 있어 농업 관련 심포지엄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준다. 또 어느 지역에 가도 농업에 종사하는 한농대 출신 인력이 있어 도움 받기가 용이하다. 조씨는 한농대 현장실습 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자신의 농장에서 후배들을 현장 교육시키는 것이다. 서씨는 “일반 대학이 졸업 이후에 대해서는 관리하지 않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며 “졸업하고 바로 농사를 시작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게 학교의 목표이기 때문에 졸업하면서 후계자 자금 등 정부 정책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사는 토지 구하는 것부터 일일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작은 어렵지만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좋습니다. 사업을 키우는 맛,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성취감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조씨가 말했다. 나중에 자식이 커서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적극 추천할 겁니다. 제가 농원을 좀 더 키워서 아이가 영농후계자로서 안정적으로 농업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죠.”
이천=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