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대중화 시대 명암] 골프장 줄도산… 아! 옛날이여~
입력 2012-11-23 18:18
업체들의 아우성
골프장 업계가 아우성이다. 회원권 값이 폭락하고 골프장들은 입회금(회원권 분양가) 반환 압박에 시달린다. 게다가 골프장 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과 달리 입장객은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부도 위기의 골프장이 늘고 있지만 회원 승계를 규정한 관련 법규 때문에 인수합병(M&A)도 쉽지 않다. 하지만 회원제 골프장의 위기는 반대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비회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대중골프장(퍼블릭)이 속속 오픈하고 있고, 위기에 빠진 일부 회원제 골프장들이 대중골프장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반토막난 회원권 가격
동아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전국 회원권 평균 시세는 1억1932만원으로 절정기였던 2008년 3월(3억1579만원)보다 무려 62.2%나 급락했다. 초고가 시대를 열었던 남부CC는 2008년 21억원을 돌파했지만 현재 9억1000만원으로 하락했고, 20억원에 육박했던 가평 베네스트는 6억7000만원으로 떨어졌다. 16억∼17억원대로 치솟았던 남촌CC도 6억5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급락 이유는 우선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영업 중인 국내 골프장은 440개. 여기에 시공 중인 골프장과 인허가 중인 골프장만 120개에 이른다. 2020년쯤에는 최대 560개의 골프장이 이 땅에서 영업하게 된다. 하지만 골퍼 증가세는 정체상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골프장 입장객 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3.8% 하락을 제외하고 매년 전년 대비 최고 24.7%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2540만명이 입장한 2010년에 전년 대비 0.6% 감소하면서 입장객 증가세는 다시 주춤했다. 지난해는 2646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증가율은 예년 수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올해를 정점으로 골프장 이용객과 골프 인구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처럼 증가하는 골프장만큼 수요는 따르지 못해 회원권의 투자가치는 사라지고 이용가치만 남게 된 것이 회원권 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원권 가격 하락과 더불어 골프장 경영 실적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해 114개 회원제 골프장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영업이익률은 2009년(19.2%)보다 12.3% 포인트 하락한 6.9%에 그쳤다. 2005년(21.9%)과 비교하면 30%에 불과한 수준이다. 적자 골프장도 계속 늘어 2009년 15개, 2010년 33개에 이어 지난해는 40개사에 이른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수십개의 골프장이 매물로 나와 인수합병(M&A)이 이뤄졌다. 올 들어 버드우드골프장이 120억원에 팔린 것을 시작으로 군위 몽베르골프장이 110억원에 신우개발에 인수됐다. 또 레이포드골프장은 110억원에 J&J엔터프라이즈로 주인이 바뀌었고, 가산노블리제골프장은 개인사업자에게 팔렸다.
#비회원에게는 기회
회원제 골프장의 위기는 역설적이게도 대다수 비회원에게는 기회로 다가온다. 국내 350만명의 골프 인구 중 회원권을 소유한 골퍼는 불과 2.8%인 10만명. 나머지 97.2%의 골퍼에겐 골프장 위기는 남의 일일 뿐이다. 회원제 골프장이 경영위기를 돌파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대중골프장으로의 전환이다. 입회금 반환 요구에 시달리는 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자금 여력이 있는 골프장은 입회금을 돌려주면서 수익성이 좋은 대중골프장으로 갈아타는 모양새다. 입회금 반환 시기는 골프장과 회원 간의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회원권 분양금 완납 후 5년이 일반적이다. 경기 침체로 회원권 시세가 최초 분양가를 밑돌기 시작하면서 입회금 반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중골프장은 그린피가 회원제보다 개별소비세(2만1120원)와 체육진흥기금(약 3000원)이 붙지 않아 4만∼5만원 싸다. 비용에 민감한 골퍼들이 대중골프장으로 몰리다 보니 골프장의 운영수익이 회원제보다 3배 이상 높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골프장 영업이익률은 무려 37.0%에 달해 회원제 골프장(6.9%)의 5배를 넘어섰다. 따라서 올 들어 7곳을 비롯, 모두 15개 골프장이 대중골프장으로 전환했다.
롯데스카이힐성주, 아리솔골프장이 각각 4월에 전환했고 오너스골프장과 서라벌골프장은 7월, 파인힐스골프장은 9월에 대중골프장으로 바꿨다. 내년 개장하는 더블래싱골프장과 경도골프장도 대중골프장으로 전환했다.
이처럼 대중골프장의 수익률이 회원제를 크게 상회하자 회원제 골프장도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달라는 요구가 크게 일었다. 하지만 국회 조세소위원회는 22일 여야 합의로 감면법안을 폐기하기로 결정, 대중골프장의 손을 들어줬다.
강배권 대중골프장협회장은 “골프장 위기 타개책은 많은 골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회의 결정을 반겼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