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백소영] 높이에서 지평으로

입력 2012-11-23 18:03

“높아지기보다는 넓어지고 싶어요.” 요즘 ‘대세’라는 한 어린 배우의 말을 들으며 참 지혜롭다 생각했습니다. 그렇죠. 스타가 되려고, 일인자가 되려고, 높이 올라 모두가 우러르는 사람이 되려고 살아가는 사람은 언젠가는 추락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소망이 이루어져 제일 꼭대기에 닿게 되더라도 결국엔 내려오는 일밖에 남지 않을 테니까요. 그게 삶의 법칙인 걸 일찍 깨달은 그 젊은이는, 앞으로 자신이 연기해 낼 수 있는 인물의 영역을 자꾸 넓히고 싶다고 하더군요.

“일단 높아져야 선한 영향력을 보다 널리 끼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언젠가 들은 한 설교자의 호소력 짙었던 말과 교차되면서 저는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선한 영향력을 보다 널리 끼치기 위하여 위로 내달리는 경건한 신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밟고 무시하고 외면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하루를 사는 동안 만나는 수많은 사람에게 따듯한 시선, 의미 있는 대화를 건넬 삶의 여유가 그에겐 필시 없을 겁니다. 그가 시선을 보내고 말을 나눌 사람들은 모두 세상 권력을 가진 이들이겠죠. 필요에 의한 관계맺음일 테고요.

당신도 나도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위만 보며 사는 것 말이에요. 내 옆을, 주변을,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우리 삶의 지평을 넓혀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일도 마찬가지에요. 승진이 목표가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의 지평을 계속 넓혀가는 데 열정을 쏟았으면 합니다.

들판에 심어지면 한없이 퍼져나가 밭을 온통 가득 채우고야 만다는 작은 겨자씨처럼요. 하나님 나라가 그리하다고 예수께서 말씀하셨죠. 높아지기보다는 지평을 넓히려 사는 하루라면, 아주 잠깐 우리 곁을 스쳐 지나는 사람조차 소중할 겁니다. 당신의, 그리고 나의 지평을 넓히는 데 ‘덜’ 중요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인문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