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시각적인 것도 중요하게 여기셨다”
입력 2012-11-23 17:48
기독미술 현주소 ‘대한민국 크리스천 아트 피스트 2012’ 운영위원들에게 듣는다
“오랫동안 그리스도와 문화는 분리되었습니다. 문화명령은 성경의 분명한 가르침이었음에도 말입니다. 그래도 기독교 음악은 받아야 할 대접을 받고 있지만 기독교 미술은 정말 잊혀진 문화명령이었습니다.”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가 24일부터 서울 일원동 밀알미술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크리스천 아트 피스트 2012’(KCAF 2012)를 축하하며 도록에 쓴 일부 내용이다. 그만큼 아직까지도 교회 저변에는 시각예술, 기독교 미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깔려 있다는 말이다.
문화명령이란 창세기 1장 28절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의 구절에 근거,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사용해 이 세상 문화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만들어가라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교회 미술인선교회가 연합해 ‘KCAF 2012’를 열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특히 이 원로목사를 비롯, 작가들이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 목회자들까지 자문위원으로 나서는 등 교회와 기독미술인들이 유기적 공동체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KCAF 2012 개막에 앞서 운영위원장 홍순모(목포대) 교수, 집행위원장 김병호(백석대학원) 교수, 도애리(백석대학원 기독교미술인선교회) 전지연(온누리교회 예술선교회) 회장을 만나 기독미술인들의 바람을 들어봤다.
◇영성 회복에 힘쓰기를=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시며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말씀하셨다. 또 창조의 모든 과정을 마치신 뒤에도 “심히 좋았더라”며 흡족해 하셨다. 하나님은 시각적인 것도 중요하게 여기셨다는 것이다.
“창세기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롬 1:20).
홍 교수는 “로마서의 말씀처럼 성경은 문화를 표현하는 데 있어 핑계, 즉 제약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러나 인간이 스스로 제약을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게 하나님의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며 “기독교 미술은 소재보다 작가의 세계관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독교 미술은 작가들의 개인적 신앙고백이 가장 강하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신앙고백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개인의 고백이 성경을 앞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견제의 영역이 없다보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KCAF 2012를 준비하는 작가들은 지난 7, 10월 두 차례 영성수련회를 가졌다. 영성의 회복과 소명의 갱신을 위함이다. 김 교수는 “아트 피스트(미술축제)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우리 자신부터 크리스천 미술가로서, 문화사역자로서 견고하게 서기 위해 말씀과 기도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교회의 관심과 협력을=KCAF 2012는 지구촌교회 미술선교회, 광림교회·사랑의교회 미술인선교회, 온누리교회 예술선교회, 백석대학원 기독교미술인선교회가 연합한 축제다. 각 선교회의 추천을 받은 작가와 청년작가 등 100명이 전시에 참여한다.
시작은 미약했다. 지난해 초 ‘시각예술을 통한 문화선교’를 목표로 하는 몇 명의 작가들이 모임을 시작한 것이 축제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이후 홍정길 이동원 원로목사, 백석대 김진섭 부총장, 오정현 김정석 진재혁 이재훈 목사가 자문위원단을 구성하면서 활기를 띠었다. 이 과정에서 온누리교회에 예술선교회가 세워졌고 지난 5월 첫 전시를 열면서 사역의 출발을 알렸다.
작가들은 이번 온누리교회의 예술선교회 설립을 계기로 더 많은 교회에 미술인선교회가 세워지길 기대했다. 이를 위해 특히 목회자들이 기독교 미술을 우호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 회장은 “작가들은 달란트를 갖고 봉사, 선교하기에 앞서 영성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점검한다”며 “목사님들이 이러한 미술인들의 중심을 봐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도 회장도 “교회 공동체에서 먼저 기독 미술인을 문화사역자로 인정해주고 격려해줘야 기도모임 같은 구심점을 만들 수 있고 나아가 미술인선교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KCAF 2012는 24∼27일 연합전에 이어 오는 28일부터 12월 24일까지 교회별 미술인선교회 주관으로 ‘기독미술 50인 50색’ 부스전을 연다. 12월 25∼31일에는 청년부 특별전을 갖는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