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의 겨울, 그리고 교회] 이런 사역 어때요… 기도원서 지내며 마음속 응어리 풀게
입력 2012-11-23 17:36
노숙인들에게 음식과 옷을 나눠주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복음을 통한 내적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계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한곳에 머무르기를 꺼려하는 노숙인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까.
서울 영등포동 광야교회는 ‘내적치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노숙인들이 2박3일간 충북 음성 기도원에 머물면서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내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광야교회 정병창 사무부장은 “새로 쉼터에 들어왔거나 자활 가능성을 보이는 노숙인들 10명을 기도원에 모시고 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야교회는 1987년부터 영등포동 쪽방 지역에서 노숙인들을 돕는 사역을 시작했고 80여명의 노숙인들이 머무르는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봉사 대상은 500여명의 쪽방 주민과 영등포역 주변의 노숙인 200여명이다.
노숙인 지원 단체인 ‘거리의 천사들’은 둘째 넷째 주 월·화요일에 노숙인들이 참여하는 예배와 찬양을 드린다. 거리의 천사들 조정희 팀장은 “10명 안팎의 노숙인들이 예배에 참여한다”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말하도록 유도하는 등 노숙인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내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는 잡지를 발행하는 사회적 기업 ‘빅이슈코리아’를 창간한 거리의 천사들은 97년 12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상담소로 시작됐다. 배식 봉사뿐 아니라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서울역, 종각 등지에서 노숙인들에게 간단한 식사와 생필품을 제공한다.
서울 창신동 상가건물 2층에 있는 등대교회는 ‘고전적인 노숙인 사역’을 펴고 있다. 노숙인들이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곁에서 끊임없이 도움의 손길을 놓지 않는 것. 248㎡(75평) 규모의 등대교회에는 예배당과 작은 쉼터방 2곳, 샤워실, 세탁기가 마련돼 있다. 노숙인 10여명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등대교회 김양옥 목사는 “노숙인들 장례도 치러주고 늘 그들과 함께 뒹굴면서 자연스레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있다”면서 “거리로 내몰린 노숙인들을 사랑하는 분이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느끼게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23일 말했다.
이 밖에 한국구세군일죽쉼터는 2007년 경기도 안성에서 문을 연 이후 지난해 서울 남가좌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는 노숙인 30명이 머무르고 있다. 센터는 알코올중독 치료를 해주고 있으며 가구, 옷 등 재활용품을 수거해 판매하는 매장을 통해 노숙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일죽쉼터 백승열 원장은 “몸이 불편하지 않은 노숙인들에게는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알코올에 중독된 노숙인들에게는 영성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