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의 겨울, 그리고 교회] NCCK, 어떻게 사역하나… 교회-보호시설, 네트워크로 묶어 더 따뜻하게
입력 2012-11-23 17:35
공교회 차원에서 노숙인 복지 사역을 펴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홈리스대책위원회다.
NCCK 대책위는 지난해 4월 하나님의 사랑이 절실한 노숙인을 돕는 일에 한국교회의 역량을 한데 모으자는 취지로 출범한 이후 다각적인 활동을 펴왔다. NCCK에 가입된 교단 9곳이 참여하는 대책위는 체계적이고 투명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교회 차원에서 체계적인 지원=노숙인 복지 사역에는 주로 개교회들이 제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참여하다 보니 무조건 베푸는 선에 그치거나 지원 대상이 겹치는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NCCK 대책위는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입체적인 지원활동을 펴는 데 집중했다. 우선 노숙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 대전, 부산에서 홈리스문화축제를 열었고 홈리스월드컵을 지원했다. 대책위 사무국장 이석병 목사는 “노숙인들이 돌아갈 수 있는 일터가 늘어나려면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국 노숙인 시설이나 복지단체에서 1년 미만 근무한 실무자 등 150여명을 대상으로 ‘홈리스시설 종사자 학교’를 열었고 자원봉사자 260여명에 대한 교육도 실시했다. 정신과 전문의, 사회복지과 교수, 정신보건사회복지사 등이 전문적인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책위는 또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현장 위기관리팀을 서울역 주변에서 시범운영했다. 노숙인 500여명을 상담해 20명을 병원 치료받도록 했고 45명을 보호시설에 입소시켰다. 대책위는 지속적인 위기관리팀의 활동을 뒷받침해줄 것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제안했다.
아울러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주는 사회적 기업들을 후원했고 노숙인들에게 양말, 내의 등을 나눠주는 ‘희망옷나눔’ 활동도 전개했다.
앞으로 대책위 활동은 교계뿐 아니라 다른 종단과도 힘을 합치게 됐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대 종단은 ‘노숙인 민관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내년 초쯤 발표할 예정이다. 4대 종단은 협의체를 꾸려 노숙인의 자립을 위한 주거, 일자리 제공 등을 지원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복음 전할 기회를 확대해야=대책위 활동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계획이다. 내년에 노숙인 전담 인력과 자원봉사자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고, 교육을 마친 사람들에게는 자격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교회와 노숙인보호시설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효율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
그러나 대책위가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특히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해 스스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의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교계 전문가들은 “가장 효과적으로 노숙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이를 깊이 있게 전할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회에서 나눠주는 옷이나 먹을거리, 생필품만 챙긴 뒤 다시 노숙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노숙인 전임사역자는 “노숙인 10여명이 요일별 이동 경로를 짠 뒤 알짜배기 선물만 받으러 몰려다니기도 한다”며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노숙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영성을 통한 사회 복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범석 나눔과미래 사회복지국장은 “미국 세이비어 교회의 사례처럼 주거시설을 제공한 뒤 병원 치료와 영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숙인들의 사회 복귀율을 다른 단체보다 높일 수 있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춰 정부 정책의 변화까지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몇몇 대형 교회에 의존하기보다는 개교회의 호응을 더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책위의 ‘교회와 홈리스 결연’ 사업에 참여하는 교회는 현재 15곳에 불과하다. 교계의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선 더욱 투명한 재정 시스템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치료, 음식, 의류 지원 등 사용목적을 분명히 하는 목적선교비와 이를 모두 단체에 일임하는 일반선교비로 선교비를 세분화하고 외부전문인이 자금 집행을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비교적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여성 노숙인에 대한 대책도 보완돼야 한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여성 노숙인 재활시설은 ‘아가페의 집’ 1곳뿐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