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의 겨울, 그리고 교회] 개그작가 전영호 권사 ‘요절복통’ 노숙인 사역 5년

입력 2012-11-23 19:29


“시편 46편 7절에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니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인자하신 하나님이므로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주십니다. 내 품으로 돌아오라 하십니다. 죄인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털어놓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개그작가 전영호(61) 권사가 19일 서울 중림동의 노숙자쉼터인 ‘소중한사람들’ 센터에서 예배 중 전한 설교의 일부분이다. 30분간 찬송과 말씀을 반복하는 내내 그는 노숙인들에게 힘이 되는 내용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 코미디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1980∼90년대 대표적인 스타 개그작가였다. 나이 30세 때인 81년, 고 이주일씨가 코미디 황제로 등극한 프로그램 ‘토요일이다 전원출발’의 메인 작가를 맡은 것을 비롯해 그의 주가는 계속 치솟았다. 그가 대본을 집필하는 프로그램이 TV와 라디오를 합해 8개 정도가 될 때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돈도, 명예도 뒤따랐다. 대본 뒤에 숨어 있는 작가에 그치지 않고 TV에 출연하고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면서 본인 스스로 인기 연예인 취급을 받았다.

그러던 그가 왜 노숙인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성경 말씀을 알리고 있을까.

개그계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던 그는 어느 날 심장판막증으로 쓰러졌다. 돈 많이 버는 작가, 명성을 찾는 작가로 살다 쓰러지고 나니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 평안이 느껴졌던 시절이 생각났다. 심장판막수술을 하고 그는 변화된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개척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던 중에 2000년 인터넷 교육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4년 만에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경제적으로 밑바닥까지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당뇨로 발이 썩고 망막과 신장에도 이상이 생겼다. 그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지 않고서는 더 이상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그가 택한 대상은 노숙인이었다.

“하나님께서 계속 내게 사인을 보내셨는데도 깨닫지 못했어요. 결국 ‘네가 가서 해. 너를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게’라고 깨달은 뒤 노숙인을 위한 일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전 권사가 노숙인 사역을 한 것은 5년 정도 됐다. 그는 소중한사람들 센터에서 월요일에 예배를 인도하는 것을 비롯해 주 3∼4회 점심배식 봉사, 큐티, 상담 등을 해왔다. 소중한사람들은 서울시 인가 노숙인쉼터로 42명이 숙식을 하며 전용작업장에서 자활 직업훈련을 한다.

그는 “노숙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스스로 자기 문제가 풀리는 경우가 많다”며 “성령의 도우심으로 다가갈 수 있을 때 들어주는 대화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전 권사는 자신의 사역을 ‘전영호의 요절복통’ 두마디로 정리한다. ‘요절=성경말씀, 복통=복이 통한다’는 의미로 모든 것은 성경말씀으로 통한다는 뜻이다. 특히 은혜 속에 성령을 느끼게 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가능한 성경을 ‘재밌게’ 전파하고 있다.

그는 어릴 때 접했던 성경 말씀부터 수없는 성경 통독을 통해 항상 머리 속에서 말씀이 떠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설교문을 따로 준비하지 않는다. 강대상 앞에 서면 ‘가장 힘든 게 뭐냐’는 등 질문을 하고 그 답을 통해 말씀을 시작한다.

왕년에 잘 나가던 개그작가였던 전 권사는 인생의 좌우명이 ‘이전 일은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이사야서 43장 18∼19절)라고 고백한다. 왕년에 사로 잡혀 있으면 하나님이 개입할 수 없다며 이전 것은 다 잊고 산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과거 유명인이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을 유용한 간증의 도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를 초대한 사람들은 옛날의 저를 기억합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과거의 인기인 ‘전영호’가 하나님을 증거하는 유익한 도구가 되는 까닭이지요. 그런데 실상은 그들을 통해 제가 더 많이 변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축복 아닌가요.”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