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크본드 취급 받는 日 전자업체

입력 2012-11-23 19:12

일본의 3대 전자업체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22일 소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3단계 강등하고,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두 단계 낮췄다. 두 회사의 신용등급이 정크본드(쓰레기 채권)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피치는 두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춰 추가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천문학적인 적자가 예상되는 샤프는 지난 8월 B-로 6단계 강등됐다.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이 어렵고, 설혹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조달 비용이 급증하며, 주가는 급락한다. 회사가 자금 조달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다. 돈줄이 막히면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해야 할 연구·개발 자금은 고사하고 운영 자금도 마련하기 어렵다.

세계 전자업계에서 일본 3사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주요 제품의 기술적 우위 상실, 선진국의 경제 여건 악화, 엔화가치 상승, 삼성 LG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 등 회사 안팎으로 악재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전자업계의 실적 악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술력과 경쟁력에서 선두를 달리며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 3대 전자업체가 글로벌 경쟁 업체들에 밀리게 된 것은 급변하는 국제경제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 일본 전자산업이 ‘갈라파고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지적처럼 ‘우물 안 개구리’처럼 처신하면서 기업 가치가 곤두박질친 것이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굴욕을 당한 날 삼성전자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데 이어 23일에도 최고가를 경신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부문의 지배력 확대와 실적호조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우리 업계는 세계 1위를 목표로 경쟁력 확보와 기술력 개발에 주력하기 바란다. 대선 후보를 비롯한 정치권과 정부도 우리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