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 데까지 간 검찰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입력 2012-11-23 19:15
서울동부지검의 전모(30) 검사가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어 대검 감찰부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 수사 무마 대가로 9억원대 돈을 받은 서울고검 김광준 부장검사가 구속된 지 3일 만에 또 다시 검사의 충격적인 비리가 드러난 것이다.
전 검사는 직원이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토요일에 사건을 조사하겠다며 40대 여성 피의자를 불러 검찰청사 내 사무실에서 유사성관계를 가졌다. 며칠 뒤에는 퇴근 후 만나 모텔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어이가 없을 뿐이다. 아무리 실무수습 중인 초임 검사라 할지라도 검사실에서 이런 짓을 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불기소 처분이나 수사 편의를 약속하고 그 대가로 성관계를 가진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상식적으로 검사의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검찰 내부에서조차 “떡검에 이어 색검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는 자조가 나오겠는가.
김 부장검사가 구속된 날 한상대 검찰총장은 “뼈저린 반성과 성찰을 통해 전향적인 검찰 개혁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22일에는 대검 중수부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 검사 사건을 접한 국민들은 검찰총장의 사과와 자정 약속에 시큰둥하다.
검사의 성추문 사건이 발생하자 완강하게 거부하던 중수부 폐지를 마지못해 거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또 다시 조직을 지켜보겠다는 계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선 주요 후보들이 모두 검찰 개혁을 공약으로 발표한 마당에 이제야 중수부 폐지를 검토해보겠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하면서 내부의 적과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취임 3개월 만에 ‘벤츠 여검사’ 사건이 터졌고, 현직 부장검사 뇌물사건에 이어 성추문 검사까지 등장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지금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 낮다. 한 총장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검찰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검찰 조직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