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의 해피 하우스] 행복 패턴으로 살아가기

입력 2012-11-23 18:02


한 아이가 어머니께 칭찬받고 싶어서 식사 준비를 자주 도와드렸다. 그러나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했다. “수저를 잘못 놓았다. 이렇게 바르게 놓아야지.” 아이는 수저들을 더욱 바르게 놓아야 했다. 또한 “접시도 잘못 놓았구나” 하시며 칭찬커녕 계속 꾸중하며 가르쳤다. 아버지 역시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시켜 드릴 수가 없었다. 어느 날 B학점과 C학점을 받은 성적표를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아버지는 성적표를 보더니 “좀 더 노력해 모두 B학점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는 더 열심히 공부해서 마침내 모두 B학점을 받아 집에 왔다. 그러나 아버지는 칭찬커녕 “이제 더 노력해서 모두 A학점을 받아야 한다. 알았느냐?”라고 다그쳤다. 그래서 아이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마침내 모두 A학점을 받았다. 그는 칭찬받을 기쁨으로 집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아버지는 성적표를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 하셨다. “글쎄 요즈음 선생들은 모두 A학점만 주나….”

씨맨즈(David A. Seamands) 교수의 책 ‘상한 감정의 치유’에 나오는 빌 목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빌 목사는 부흥하는 교회의 존경받는 목회자이면서도 자족하고 감사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에 고착된 대로 ‘좀 더 잘해야지’ 하는 강박증으로 탈진해 병원에 입원하는 불행한 목회자가 된다. 물론 빌 목사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오히려 외상후성장(PTG)이 되어 행복한 목회와 가정생활을 할 수도 있으련만, 그의 병든 자아상을 치유해줄 만한 키퍼슨(key person)을 만나지 못한 듯하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교생활 통지표’는 미국처럼 등급을 매기지 않고 장점을 찾아서 칭찬하는 서술형으로 작성하니 참 다행이다. 우리 아이들이 서로 비교 받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따라 절대가치를 지닌 존재로 강점을 찾아 모두 자아실현하면 좋겠다.

하버드대 인기강좌 1위를 10년간 차지한 ‘행복학’ 강좌를 기획 강의한 아처(shawn achor) 박사는 최근 1년 동안 회계사들에게 ‘행복증진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렇게 말했다.

“많은 회계사들이 불행하고 비참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루 종일 여러 기업들의 장부를 들여다보는 회계사들은 오류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뇌는 오류 찾기에 탁월한 신경조직망을 가지게 된다. 물론 오류 찾기 기술은 회계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지만, 가정에서까지 이 능력이 나타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회계사는 지난 한 달 반 동안 아내가 집안에서 저질렀던 모든 실수들을 엑셀파일로 정리해 놓았다고 한다. 그가 그 자료를 출력해서 자랑스럽게 집으로 들고 갔을 때 아내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하기가 두렵다.

지난번 칼럼 ‘나는 쌈닭입니다’에 소개된 가트맨 비율의 부정성으로 고통 받는 것은 비단 회계사와 변호사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직종에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사들은 배우자와 자녀들을 사랑하기보다는 자기도 모르게 가르치려들기 쉽다. 운동선수들은 친구들과 가족들과도 무의식적으로 경쟁하려 하고, 가정폭력 담당 카운슬러는 무심코 남자들을 불신한다. 대기업 임원들은 엉겁결에 자녀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하려들기 쉽다.

물론 직장 ‘업무 패턴’은 사무실에서 큰 역량을 발휘한다. 그러나 문제는 직장의 울타리를 넘어 가정생활 속으로 흘러 들어오면 가족들이 불행해지기 쉽다. 아마 앞에 나오는 빌 목사 어머니의 직업이 학교 교사이었거나, 아버지 직업은 변호사나 회계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해피 하우스는 ‘업무 패턴’과 ‘가정 패턴’을 구별하며 사는 가정이다. 직장의 기능은 비즈니스이며, 가정의 기능은 애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신학대학교 상담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