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6] ‘50% + 50%’ 놓고 종일 엎치락뒤치락

입력 2012-11-23 02:56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22일 제3차 양자회동이 성과 없이 끝나자 양측은 “단일화 협상이 깨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며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 후보는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는 등 오후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회동 후 상명대에서 열린 사진전을 관람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시간은 없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안 후보는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두 후보가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오전 회동에 앞서 공동선대본부장들을 소집해 단일화 방식을 최종 조율하기도 했다.

양측 협상팀도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등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자체 회의를 통해 막판 타협안을 모색하는 등 물밑 움직임은 분주했다. 안 후보 측의 경우 본부장급 간부들은 서울 모처에서 안 후보와 따로 만나 대책을 논의했고 협상 실무팀과 팀장급 이상 간부들은 캠프에 모여 회의를 거듭했다.

그러던 중 오후 8시부터 상황이 급반전됐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재야인사들이 제안한 ‘적합도 조사(50%)+가상 양자대결(50%)’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의 입장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서울 공평동 안 후보 캠프가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오후 10시30분쯤 안 후보 측이 입장이 정리됐다. 외부에 있던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오후 11시15분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재야인사들의 중재안을 수정한 ‘지지도 조사(50%)+가상 양자대결(50%)’을 요구했다.

안 후보 측이 다시 수정안을 주장하자 이번에는 문 후보 측이 술렁였다. 공동선대위원장 및 협상 팀원들은 즉각 회의를 소집했다. 특히 박 본부장이 “저의가 뭐냐”며 민주당의 협상태도를 비판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던 문 후보 측 관계자들은 헛웃음과 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쉽게 파국을 예견할 사안이 아니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안 캠프 핵심 관계자는 전날 밤 TV토론에 대해 “(중간에) 정말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토론에 앞서 참모진은 안 후보에게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와 관련, 공격 포인트를 패키지로 제공했다. 국정 경험을 우위로 내민 문 후보를 한방에 꺾기 위해서였다. 문 후보가 “참여정부는 실패였다”고 인정할 경우까지 대비해 “대선에 나온 후보가 등록도 하기 전에 실패를 인정하면 선거는 해보나마나”라는 공격 논리까지 준비해 줬다. 하지만 안 후보는 이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참모들이 들끓은 건 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결국 안 후보는 원칙에 매우 충실한 분이라는 게 결론”이라며 “본인과 이런 공격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엄기영 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