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6] 文측, 적합도·가상대결 50%씩 반영 제안… 安측 거부
입력 2012-11-22 22:11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22일 오전 긴급 회동에서도 단일화 룰의 접점을 찾지 못하자 민주당은 이날 저녁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 50%와 적합도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문 후보는 오전 회동에서 여론조사 문구 절충 방법을 얘기했지만 안 후보는 ‘담판’ 혹은 ‘여론조사(비공개)+담판’을 염두에 둔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안 후보가 막판 협상 무기로 ‘민주당 입당’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후보’가 되겠다는 약속을 통해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승부수를 던지리란 것이다.
전날만 해도 시간상 100% 여론조사만으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양측은 문구를 놓고 첨예하게 엇갈렸다. 문 후보 측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자를 제외하고 야권 지지자만을 대상으로 적합도 또는 지지도를, 안 후보 측은 ‘박근혜 대 문재인’ ‘박근혜 대 안철수’의 두 항목을 묻는 가상 양자대결을 요구해 왔다. 그래서 두 후보는 룰을 정하기 위한 담판 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누구도 물러나지 않았다. 문 후보는 자신의 협상팀 주장대로 문구를 조정하는 절충을 제안했다. 반면 안 후보 생각은 달랐다. 기존 여론조사에 대한 문제점과 한계를 피력하고 박 후보를 이길 본선 경쟁력이 자신에게 있다며 문 후보를 설득했다고 한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실무 협상장에서도 후보끼리의 담판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이 ‘여론조사 결과 분석으로 본 안철수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란 제목의 분석자료를 낸 것도 담판안을 관철시키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두 후보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회동 1시간30분 만에 협의를 중단했다. 합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오후 8시쯤 민주당은 안 후보 측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새로운 수정안을 발표했다. 안 후보 측이 주장한 가상대결과 문 후보 측의 적합도 문항을 50대 50으로 반영해 단일 후보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소설가 황석영, 영화감독 정지영 등 문화예술종교인 모임 97명이 긴급성명을 통해 내놓은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형식을 갖췄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가상대결 방식이 논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실을 허리에 꿰서 할 수 없다. 문 후보도 제기조차 않고 철회했다”며 “부디 자중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두 후보의 결단만 남았다”며 사실상 후보 간 담판을 촉구했다. 금태섭 상황실장은 “문 후보 측 안은 수능과 내신을 합치자는 것이다. 두 개의 등급이 다르다”고 했다.
이제 안 후보에게 남은 카드는 몇 가지 없다. 단일화 승부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민주당 입당에 거리를 둬왔던 안 후보 측도 단일 후보가 됐을 경우 문 후보 측 세력을 통합하고 본선에서 박 후보를 맞상대하려면 든든한 정당 기반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입당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도 “이제 살아있는 카드는 입당밖에 없다”고 했다.
두 후보가 단일화 데드라인인 26일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시간을 끌면 끌수록 누가 단일 후보가 되든 박 후보와의 본선이 어려워진다는 생각은 양측이 공유하고 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