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유학 후퍼씨 “취업에만 매달리는 한국학생들 안타까워”

입력 2012-11-22 20:12


외국인 유학생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 입후보했던 학생이 있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영국인 제임스 후퍼(25·지리학과3·사진)씨는 지난 19∼21일 진행된 2013년 총학생회 선거에서 부총학생회장으로 출마했다. 후퍼씨는 2190표를 얻어 4107표를 얻은 정주용·윤연정 후보에 져 도전에 실패했다.

22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 근처에 만난 후퍼씨는 “상대방 팀이 처음부터 지지를 많이 받았다”며 선거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후퍼씨는 총학생회장 후보였던 송창섭(법학과 4)씨와 함께 입후보했었다.

그는 출마 이유에 대해 “한국 학생들에게 다양한 성공의 길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후퍼씨는 “한국이 너무 좋아서 왔는데 학생들이 천편일률적인 성공관을 갖고 있고, ‘좋은 학교 나와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만 인생 목표로 삼는 게 안타까워서 좀 바꾸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어눌하지만 또박또박 우리말로 말하는 그는 자신의 의지를 ‘프라이드(PRIDE·Passion Reform Identity Development Equity)’라는 모토에 담았다. 프라이드를 통해 꿈이 있는 열정적 대학생활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후퍼씨에게 부총학생회장 출마는 그의 남다른 ‘도전 인생’의 연장이기도 했다. 2010년 대학생이 된 후퍼씨는 탐험가로도 알려져 있다. 2005년 영국인 최연소로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스키와 개썰매, 요트, 자전거 등을 이용해 북극에서 남극까지 4만2000㎞를 396일 만에 종단했다. 그린란드에서 시작해 미국과 멕시코, 남미를 거쳐 남극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2008년엔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올해의 모험가’에 뽑혔다.

그는 2009년 영국의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에 입사했지만 도전 없는 현실에 안주할 수 없어 한국행을 택했다.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던 친구로부터 한국 얘기를 들은 게 계기가 됐다. 탐험의 경험을 공부로 확인하고 싶어 전공은 지리학을 택했다. 서양인으로서 한국문화에 적응하고 한글을 배우는 것 역시 도전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제주도에서 서울 남산까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한반도를 종단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뭔가 억눌려 있다고 했다. 정 많고 순수한 청년들이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후퍼씨는 “한국 학생들은 뭐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좋겠다”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때 길이 보이고 전문가가 될 수 있고, 그게 바로 성공에 이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