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 2주년] 주민들은 ‘쿵’ 소리만 나도 불안에 떤다
입력 2012-11-22 21:44
22일 낮 12시쯤 인천 연평도 당섬 선착장과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2년 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의 악몽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문옥자(76·여·연평면 남부리)씨는 “‘쿵’ 소리가 나거나 우리 군의 포사격이 있을 때면 북한이 또 포를 쏠까 봐 늘 불안하다”면서 “굴을 따 생계를 이어가는 형편이지만 면사무소 방송에 따라 대피훈련에 참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80대 노인은 2년 전 악몽에 대해 아예 “몰라요. 말도 하기 싫어요”라며 귀찮다는 듯 발길을 돌렸다.
당시 주민대책위원장이었던 최성일(49·연평면 서부리)씨는 “북한의 포격 당시 우리 군의 연습사격 후 대응사격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군부대에서 연습사격만 해도 주민들은 불안하다”며 “하지만 튼튼한 대피소가 만들어진 것에 그나마 안도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요즘 북한과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우리 어민들의 꽃게잡이는 상당히 위축된 분위기다. 꽃게어선 강미8호 소속 어민들은 “기름값도 안 나온다”고 울상 지었다. 불법 중국 어선들이 활개 치며 치어까지 잡아가는 바람에 꽃게어선을 내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주민들의 불안감 속에서도 마을은 활기가 가득했다. 북한의 포격으로 집을 잃고 연평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됐던 가건물에서 생활하던 주민들은 이제 모두 새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가건물들이 있던 곳에는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2014년 말이면 연평 초·중·고교 학생들도 통합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된다.
곳곳에서 헌집을 헐고 새집을 짓는 장면도 목격됐다. 숙박업소는 모두 장기 숙박 손님으로 넘쳐나 잠시 들른 관광객은 잘 곳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주민들의 생활 여건에 대한 불만이 완전 해소된 건 아니다. 당섬 선착장은 아직 바지선이 설치되지 않아 500∼700t급 여객선의 접안이 어렵다. 대형 여객선이 접안할 수 있어야 북한의 제2, 제3의 도발이 있을 경우 각자의 어선으로 대피해야 하는 힘든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썰물 때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간만의 차가 큰 연평도 특성상 배를 이용해 옮겨 타야 한다”며 “이를 해소할 기반시설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평도=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