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 2주년] “그날의 기억 잊혀지지 않아 젊은이 희생 더이상 없기를”
입력 2012-11-22 21:44
2010년 11월 23일 기습적인 북한의 포격 도발에 잃은 아들 고(故) 문광욱 일병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면 아버지 문영조(50)씨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는다. 문 일병의 묘비를 쓰다듬다보면 “아버지 힘내세요” 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문씨는 “광욱이가 몸은 떠났지만 영혼으로는 소통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해병대에 입대한 지 3개월밖에 안 됐던 스무 살 문 일병은 북한의 포격이 시작되자 곧바로 전투태세에 들어갔다가 포탄 파편에 맞아 숨을 거뒀다. 아들의 공백은 컸다. 문씨는 “광욱이는 형과 여동생을 참 살뜰히 챙겼다”며 “문득 오빠가 생각난 듯 딸이 턱을 괴고 한동안 묵묵히 앉아있는 걸 볼 때면 가슴이 저민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까지 아내가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 가족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주위 분들의 꾸준한 성원과 관심 덕에 이제는 기운을 차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들을 잃었지만 그는 억울하지 않다고 했다. 아들처럼 목숨을 잃는 젊은이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소원이 있을 뿐이다. 문씨는 “광욱이의 친구와 후배들이 해병대에 많이 지원했다”며 “취약지역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경우가 많아 걱정도 되지만 다들 늠름하게 잘하고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아들이 다녔던 전북 군산 군장대에 장학금 1000만원을 기탁했다. 문씨는 “올해는 큰아들 결혼 준비 때문에 못했는데 내년에는 열심히 돈을 모아 또 장학금을 내겠다”고 말했다.
북한 포격에 왼쪽 어깨 파편상을 입었던 김명철(22·당시 상병)씨는 지난해 8월 전역했지만 아직도 복학하지 못하고 집에서 쉰다.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크다. 그는 “잊으려고 해도 잘 안 된다.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고 뭘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두렵다”고 말했다.
왼쪽 다리와 어깨, 머리에 파편이 박혔던 구교석(22·당시 상병)씨도 지난해 12월 전역해 1년간 쉬고 내년에 복학할 예정이다. 몸에는 아직도 제거되지 못한 파편이 남아 있다. 아버지 구영모(51)씨는 “천안함 사건 때 다친 병사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는데 내 아들이 다치니까 국가를 지키는 일이 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