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불황 허덕여도… 긍정적 감정은 OECD 2위권

입력 2012-11-22 22:07

미국 갤럽이 전 세계 151개국의 감정지수를 산출한 결과 싱가포르가 감정적으로 가장 무딘 나라로 조사됐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3000달러나 되는데도 싱가포르에 사는 게 세계에서 가장 재미없다는 뜻이다. 감정이 가장 풍부한 나라는 같은 동남아 국가인 필리핀이었다. 갤럽이 21일(현지시간) 발표한 국가별 감정지수에서 한국도 21위로 감정이 꽤 무딘 편이었다.

싱가포르의 국민소득은 지난 10년간 2배로 늘었다. 하지만 갤럽이 ‘어제 잘 쉬었는가’ ‘어제 사람들에게서 존중을 받았는가’ ‘어제 많이 웃었나’ ‘어제 즐거움이나 고통, 슬픔, 스트레스, 분노 등의 감정을 강하게 느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36%에 불과했다. 극심한 분쟁을 겪은 나라인 조지아와 리투아니아(각 37%)보다 적었다.

싱가포르 정부의 ‘친절운동본부’ 윌리엄 완 본부장은 “우리는 너무 진지하다”며 “박수도 세게 치는 법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싱가포르의 담뱃값은 한국의 3배이고, 껌을 팔지도 않는다. 남의 자동차에 장난을 친 외국인에게 태형을 집행할 정도로 엄격하다. 주말이면 옆 나라인 말레이시아 국경을 넘자마자 마음껏 담배꽁초를 버리고 도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붐을 이룬다.

한국인의 평균 근로시간은 싱가포르보다 더 많다. 유교 문화와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도 싱가포르와 비슷하다. 하지만 대중문화와 민주주의가 발달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싱가포르보다는 비교적 열려 있는 덕분인지 감정이 무딘 순위에서 21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1위군인 덴마크·영국·독일·네덜란드 다음으로 ‘부정적 감정’을 덜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지수 60%로 가장 감정이 풍부한 나라인 필리핀의 1인당 국민소득은 싱가포르의 약 12% 수준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