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다다익선’… 과천 현대미술관 ‘골골하는’ 백남준 대표작

입력 2012-11-22 19:45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중앙 현관에 설치돼 있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대표작 ‘다다익선(多多益善)’의 TV 모니터가 100대 이상 고장 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2일 “이미 고장 난 상태이거나 당장 고장이 날 가능성이 높은 모니터가 100여대에 달한다”며 “1998년에 모니터를 대대적으로 교체한 이후 2009년부터 삼성전자의 모니터 제품이 아예 단종돼 보존 및 수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만든 ‘다다익선’은 개천절인 10월 3일을 상징하는 1003대의 모니터를 지름 7.5m, 높이 18.5m의 6층탑 형태로 설치한 작품으로,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작품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어느 각도에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치됐다.

1003대의 모니터는 25인치 195대, 19인치 103대, 13인치 93대, 9인치 552대, 5인치 60대로 이뤄져 있다. 기단부에서 꼭대기까지 올라갈수록 모니터 크기가 작아진다. 작품 아랫부분의 25인치와 19인치 모니터에서는 비디오필름이 정상 가동되고 있으나 중간부분 13인치와 9인치 모니터는 50여대가 꺼져 있고, 5인치 모니터는 절반 정도가 고장 났다.

미술관 측은 “하루에 8∼10시간 모니터가 켜져 있기 때문에 고장이 잦다. 지난해에도 250대가량 고장이 나 예비 모니터로 교체했다”며 “해마다 두세 차례 전문가에게 수리를 의뢰해 왔으나 모니터가 너무 노후한 데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아 보존상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단부분에 설치돼 있는 5인치 모니터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동종을 찾을 수 없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미술관 측은 설명했다. 이 부분을 수리할 경우 가설대 설치 때문에 수천만원의 비용이 소요돼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작품 상태가 심각해지자 미술관은 23일 오후 1시30분 소강당에서 ‘다다익선 보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학술행사를 연다. 프랑스 퐁피두센터 크리스틴 반 아쉬 뉴미디어 부문 학예실장, 미국 테이트모던미술관 핍 로렌슨 소장품 보존연구실장, 국립현대미술관 장엽 학예2팀장, ‘백남준의 손’이라 불리며 작품 설치와 수리를 담당하는 이정성 테크니션 등이 참석해 기술적인 제안과 향후 대책을 놓고 주제 발표를 한다. 미술관 측은 이를 토대로 모니터를 LCD로 교체할지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