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아름다운 단일화’는 없다

입력 2012-11-22 19:25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그리고 두 진영 간의 샅바 싸움이 한창이다. 두 후보는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을 위해 아름다운 단일화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홍어 생식기를 언급한 새누리당의 한 인사처럼 막말을 동원하지 않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동안 양측은 교전을 하면서도 나름대로 넘지 않을 선을 넘지는 않았다. 두 후보는 협상 중단 책임 소재를 놓고 충돌했지만 표현은 점잖은 편이었다. 안 후보는 “문 후보가 협상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고, 문 후보는 “안 후보 쪽에서 상황을 자극적이고 과장해서 보고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을 뿐이다.

두 후보 측은 맏형이란 지위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문 후보 측이 “그동안 맏형으로서 꾹 참고 양보하고 인내했지만…”이라고 지적하면 안 후보 측이 “맏형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셨으면 좋겠다”고 맞받아친다. 우리 사회에서 장남이 갖는 상징성과 역할의 중요성을 간파한 문 후보 측의 선거 전략을 안 후보 측이 내친 셈이다. 가만히 있다가는 형님이 아우를 지도한다는 식의 구도가 굳어질 것을 우려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안 후보가 자신을 ‘거대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에 비유한 것은 맏형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읽힌다. 당 조직은 없지만 최후 승리자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두 진영에서는 비유가 적절하지 않은 발언도 나왔다. 문 후보 측이 “안 후보가 몽니를 부린다”고 비난한 대목이 바로 그렇다. 몽니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심술을 부리는 성질을 말한다. 상당히 열세에 있는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술수를 쓸 때 몽니를 부린다고 묘사한다. 두 후보 지지율을 감안하면 잘못된 표현에 가깝다.

민주당 우상호 공보단장이 협상 상황을 공개한 데 대해 안 후보 측이 “시험지 유출 사건”이라고 반박한 것도 적당한 비유는 아니다. 시험문제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시험지가 유출됐다고 주장하니 하는 말이다.

‘아름다운 단일화’는 흥행을 위해 만든 말일 것이다. 정책과 지지층이 다르고, 승자독식인 정치판을 보면 아름다운 단일화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 권력은 부자끼리도 공유할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국민은 두 진영이 빠른 시일 안에 단일 후보와 공약을 내놓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인물과 정책 검증을 하고 찍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닌가.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