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손보·통신 수수료율 충돌
입력 2012-11-22 19:12
신용카드사와 손해보험사, 통신업체가 카드 수수료를 두고 날카롭게 충돌했다.
카드사들은 손보사와 통산업체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다. 손보사들은 ‘수수료 폭탄’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보험료의 카드 결제를 폐지하는 방안까지 들고 나왔다. 통신업체들도 서민물가와 관계 깊은 통신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2일 보험·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현재 2.0% 수준인 가맹점 수수료율을 최대 2.7%로 올려달라고 손보사들에 통보했다. 신한카드는 삼성화재에 수수료율을 2.4%로 제시했고, 일부 카드사는 2.7%로 요구할 전망이다. LIG손해보험과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도 2% 중반 이상으로 수수료를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카드사들이 손보사들에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한 건 다음 달 22일부터 개정 여신금융전문업법(여전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 여전법은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는 반면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리도록 하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은 대형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가 최소 2.3%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보사들은 예상치 못했던 수수료 인상 요구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손보사들이 내는 카드 수수료가 한 해에만 2500억원에 달해 2.7%로 수수료율을 올릴 경우 75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카드 수수료를 내려 보험료 인하를 준비하던 상황이어서 ‘이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를 내리려고 했지만 물거품이 됐다”며 “여름 태풍 피해 등으로 5000억원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까지 급등하면 자동차보험료 수준을 현재대로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단 손보사들은 카드사와 협상을 해 수수료율 인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 보험료 카드 결제 거부까지 감안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드 납부를 허용하고 있는데 수수료 압박이 커지면 생명보험사처럼 카드 결제를 없앨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엄포를 놨다.
또한 카드사는 KT,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에도 수수료율을 기존 1.5% 수준에서 2.5% 정도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요금은 그동안 주유·교통 업종과 함께 수수료 우대혜택을 받았지만 이번에 대형 가맹점으로 적용되면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는 카드사들의 요구대로 수수료를 올려주면 연간 900억∼1200억원의 비용이 추가돼 통신료 상승의 원인이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