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일 외환시장에 ‘고강도 발언’ 왜… 밀려오는 달러 막아 낼 ‘방파제’ 구축 의지인 듯

입력 2012-11-22 21:31


외환시장을 상대로 한 정부의 ‘실력 행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자 다음주 자본 유·출입 규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원화 가치 절상(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한 과도한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선진국들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비해 ‘방파제’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최근 외환시장에서 보이는 일방적인 움직임, 쏠림현상이 심해질 경우 정부는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환차익을 기대한 자본유입 속도가 훨씬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종의 악순환이 계속돼 이를 완화하거나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우선 고려하는 방안은 선물환 포지션(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 한도를 낮추는 것이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현재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이 200%, 국내은행이 40%다. 이를 각각 150%, 30%로 낮춰 달러 유입을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의 시장 직접개입은 ‘선제적 대응’ 성격이 강하다. 환율이 떨어지자 시장에서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 쪽으로 돈이 몰리고, 이 때문에 환율이 더 급격하게 내리는 악순환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원화 가치가 오르고 달러화 가치가 추락하자 수출업체들은 과도하게 네고 물량(달러화 매도)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나라는 ‘불황형 흑자’이긴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재정건전성이 양호해 달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형편이다. 외환시장 안팎에서는 환율이 더 떨어진다는 일종의 기대심리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다만 정부는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 유입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현재 지지부진한 증시 상황이나 중국 등 신흥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2.75%) 등을 고려하면 핫머니가 우리 자본시장에 들어와 환차익 외에 추가로 이익을 거둘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달러가 몰려와 자본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방어막’을 미리 쳐두겠다는 의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말 미국의 재정절벽(정부의 재정지출이 갑작스럽게 줄어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 리스크나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될 가능성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24일 열리는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앞두고 일본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의 움직임은 펀더멘털적 요소 외에도 정책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