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 견인중 추돌 100여명 부상… 서행·간격 매뉴얼 무시 ‘전형적인 人災’

입력 2012-11-22 22:14

부산 도시철도 3호선에서 22일 고장으로 정차한 전동열차를 견인하려던 전동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 100여명이 부상했다. 이번 사고도 사고열차 견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배산역에서 물만골역으로 향하던 제3038호 전동차가 이날 오전 8시15분 물만골역 전방 100여m 지점에서 기관고장으로 멈췄다. 이 전동차는 운전실과 객실 사이 안내전광판 계전기 합선으로 멈춰 섰다. 계전기에서는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기관사가 소화기로 꺼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차와 동시에 객실 내 전기가 모두 나가 승객 200여명이 어둠 속 공포에 떨었다.

추돌사고는 10여분 후 일어났다. 사고차량 견인에 나선 제3040호 전동차 기관사 김모(48)씨가 곡각지점에 서 있는 고장 열차를 시속 40㎞ 속도로 들이받았다. 부산도시철도 ‘사고열차 견인 매뉴얼’에는 견인 차량은 시속 25㎞ 이하로 운행하다 견인대상 차량이 시야에 들어올 경우 시속 5∼10㎞로 서행해야 한다. 이어 견인 차량은 사고 차량과 10m 간격을 두고 정차하도록 돼 있다. 기관사 진술이 사실이라면 당시 견인 차량은 규정보다 무려 4배 이상의 속도로 달린 셈이다.

앞 차량 기관사 박모(38)씨도 경찰에서 “차량 뒤쪽에서 서행 유도 수신호를 했으나 견인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곧바로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바람에 견인 전동열차의 맨 앞 객차의 바퀴 2개와 4번째 객차의 바퀴 4개도 탈선했다. 앞 차량 승객들이 열차 안에서 넘어지면서 권모(41·여)씨 등 승객 30여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사고가 나자 승객들을 선로로 내리게 해 인근 물만골역으로 대피시켰다. 하지만 열차 운행 재개는 사고발생 10시간여 만인 오후 6시부터 재개됐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이날 추돌사고를 낸 기관사와 앞 차량 기관사를 불러 과실 여부를 조사했다. 부산시도 감사반을 투입해 사고원인 등 전반적인 감사를 벌여 기강 해이로 인한 사고일 경우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