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양동에 사는 김명숙(가명·60)씨는 22일 전국 시내버스가 일제히 운행을 중단한다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했다. 시내버스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일터에 오전 5시까지 출근하려면 매일 새벽 3시20분에 일어나야 아침을 챙겨 먹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더 일찍 일어나야 일터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조금 늦게 일어나 아침을 거를 경우 점심시간인 오후 1시까지 10시간 가까이 빈속으로 일해야만 한다.
버스가 대규모 파업을 강행한다는 예고에 22일 김씨는 평소보다 조금 이른 새벽 3시에 일어났다. 행여 택시가 안 잡힐 수도 있다는 초조한 마음에 절로 눈이 일찍 떠졌다. 김씨는 서울시 한 관공서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다.
김씨는 2010년 일을 시작한 이후 이날 처음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집 앞 골목에서는 택시가 안 잡혀 미아삼거리 대로변까지 20여분을 걸었다. 평소 택시는 요금이 비싸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별 수 없었다. 그는 “청소부 월급 얼마나 된다고… 택시비가 한두 푼도 아니고…. 근처에서 택시를 잡던 사람 세 명이 운 좋게 함께 탔다”고 말했다.
미아삼거리에서 일터가 있는 서소문동까지 1만원이 나왔다. 2000∼3000원씩 나눠 그나마 속이 덜 쓰렸다. 평소 버스요금 1150원을 크게 초과하지 않아서였다. 이날 김씨와 함께 택시를 탄 사람들은 김씨를 포함해 청소부 3명,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1명이었다.
“새벽 4시에 버스 첫차 타봤어요? 다 청소부, 경비원이거나 공사판 일자리 찾으러 가는 사람들이에요. 오늘 버스 파업으로 피해 본 사람들은 전부 우리 같은 사람들이죠.”
김씨의 일터는 버스 파업 전날인 21일 직원들에게 이날 한 시간 늦게 출근해도 된다고 공지했다. 김씨도 통보받았다. 그러나 그는 “늦게 나오면 공무원들이 출근하기 전까지 청소를 끝낼 수 없어 우리에겐 해당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업무를 시작하면 청소기를 돌리거나 걸레질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씨는 오전 5시가 넘어야 오는 전철 첫 전동차를 기다리지 못하고 꼼짝 없이 택시를 타야 했다.
김씨는 “정부도, 버스회사도 힘들게 사는 시민들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협상 도중 갈등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은 버스를 못 타면 밥벌이가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쥐꼬리만한 월급을 생각하면 오늘 화가 좀 났다”면서 “버스회사를 욕할지, 국회의원들을 욕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애꿎은 서민들의 일상만 깨진 아침이었다.
김씨는 오후 2시쯤 간곡한 사진 촬영 요청에도 극구 손사래를 치며 “청소하러 가야 한다”면서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버스 파업 때문에 불편 겪은 ‘청소 아줌마’의 하소연
입력 2012-11-22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