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서류로 대출심사 통과… 국민주택기금 25억 가로채

입력 2012-11-22 19:10


서민 지원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자금을 불법으로 대출받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시중은행들의 주택금융신용보증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국민주택기금 전세대출 자금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양모(53)씨 등 3명을 구속하고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2010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각종 소득자료 증빙서류를 위조해 하나은행 등 5개 은행에서 21차례 25억5500만원의 전세자금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다.

양씨 등은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수탁은행 간 책임소재가 불명확하고 대출심사가 허술하게 이뤄지는 점을 악용했다. 우선 6개 유령회사를 차려 두고 가족이나 지인들 명의로 재직증명서·소득세원천징수확인서·전세계약서 등을 위조한 뒤 5개 은행 29개 지점에 대출을 신청, 총 21건의 대출을 승인받았다. 대출금은 총책인 양씨 등 2명이 절반을 챙겼고 나머지는 명의를 빌려준 대출책들이 나눠 가졌다.

양씨 등은 전세자금 대출의 상환기간이 10년으로 길고, 연 2∼4% 이자만 내면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 이들은 이 외에도 13차례에 걸쳐 15억4000만원을 더 타내려다 실패했고, 가짜 전세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경매로 오피스텔 두 채를 미리 사들이기도 했다.

은행들의 대출심사는 부실했다. 금융사고 발생 시 정부운용 기금에서 90%까지 보전받을 수 있고, 나머지 10%도 초기에 납부받은 이자로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씨 등이 담보로 내세웠던 시가 3억원 상당의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84㎡)의 경우 1억9500만원의 근저당권이 이미 설정돼 있었지만 네 차례 5억4000만원의 추가 대출이 이뤄졌다. 같은 은행의 한 지점이 거절한 대출 건을 다른 지점은 승인해 주는 등 은행 내 각 지점들 간 대출신청 자료 공유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한국주택금융공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여신 실적을 높이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3개월 이상 월급 받은 세대주’라는 요건만 갖추면 무조건 보증을 승인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은 달아난 일당 6명을 추적 중이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