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식 ‘선심정치’ 실태-버스] 교통대란은 피했지만… 정치권·업계에 비판 여론
입력 2012-11-22 22:12
다행히 교통대란은 피했지만 22일 벌어진 버스파업 해프닝은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업계의 ‘밥그릇 싸움’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유권자 수가 많은 택시업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사천리로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버스업계는 물론 정부가 반대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권 스스로 이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 수준에서만 통과시키는 제스처를 쓴 것이다.
예산 및 행정적 처리에 대한 고민 없이 마련한 졸속 법안이라는 점도 문제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면 사실상 택시는 버스와 같이 ‘준공영제’ 적용을 받게 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택시업계에 대해 운영에 대한 손실보전 및 기타 시설관리 보조금으로 수천억원의 추가 재정지원을 한다. 하지만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정부와의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추가 재정지원 방법 및 지원 대상에 대한 협의는 없었다”며 “손실 보전이 법인택시뿐 아니라 개인택시까지 확대될 텐데 이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난 여론이 일자 정치권은 부산을 떠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버스파업 사태를 빚은 대중교통육성법 개정안 문제와 관련해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숙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여야도 각자 법안 통과 방침에 대해 재검토하는 등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버스업계도 문제다. 애초에 버스 운행을 무기한 중단할 마음이 없었으면서 마치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시민들을 볼모로 협박을 한 셈이다. 이날 오전 버스 운행이 재개되자 시민들은 오락가락한 행태를 보인 버스업계에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 일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40)씨는 “운행을 재개할 거라면 일찍 알렸어야지. 왜 다들 차를 몰고 나오게 해서 길을 막히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고생 한번 해보라는 심보냐”고 반문했다.
일부 시민들은 “보조금을 택시업계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밥그릇 싸움을 하는데 왜 피해를 서민들이 떠안아야 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보조금을 받는 버스업계가 오히려 운행 중단 운운하는 데 대해 과감히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버스업계 노·사 일동은 발표문을 통해 “국민 불편 등 모든 책임은 정치권에 있음을 재차 천명한다”며 화살을 국회에 돌렸다.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