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6] 담판으로도 풀지 못한 ‘문구’ 절충… 합의 불발 文·安 만남

입력 2012-11-22 18:51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후보등록일 마지막날인 26일까지 단일 후보를 내겠다던 약속을 지키려면 사실상 ‘하루’ 정도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두 후보는 22일 긴급 단독 회동에서도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다. 문 후보는 여론조사 문구의 절충 방법을 얘기하고, 안 후보는 여론조사의 한계와 문제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상 여론조사만으로 단일 후보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두 후보 측 모두 공감하고 있다. 조사 대상자 규모, 기간, 업체 선정 등 세부 사항도 어느 정도 이견을 좁힌 상태다. 문제는 ‘문구’다. 문 후보 측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자를 제외한 뒤 야권 지지자만을 대상으로 지지도를 묻자고 한다. 적합도나 경쟁력을 묻는 방안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근 문 후보가 이 같은 여러 방식의 조사에서 안 후보에게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 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가상 양자대결을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 문재인’ ‘박근혜 대 안철수’의 두 항목을 물어 실제 본선처럼 대결을 붙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안 후보는 이런 식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에게 져본 적이 없다.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두 후보가 만났지만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문 후보는 협상팀이 주장한 대로 문구 조정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양보할 뜻을 내비쳤다. 반면 안 후보는 기존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들어 문 후보를 설득했다고 한다. 안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오늘 오전까지 캠프 내에서 기존 여론조사 업체의 표본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에 여론조사는 안 된다는 얘기가 오갔다. 그래서 안 후보가 지지층 조사를 제안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 측이 원하는 여론조사를 수용하되 결과를 비공개로 하고 담판을 짓는 방법 등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로의 이런 제안에도 룰 합의는 불발로 끝이 났다.

이에 두 후보가 단일화 데드라인인 26일을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을 끌면 끌수록 누가 단일 후보가 되든 박 후보와의 본선이 어려워진다는 생각은 양측이 공유하고 있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국민과 한 약속이기 때문에 후보등록일 전 결론을 내야 한다. 그 후에도 아름답지 않은 협상 모습을 이어간다면 정권교체는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측 역시 “문·안 후보 모두 후보 등록을 하게 되면 실망감이 곧바로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