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권에 남중국해 영유권 표기 논란… 필리핀 등 분쟁국 강력 반발
입력 2012-11-22 18:48
중국이 자국 여행객들에게 발급하는 여권에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의 지도를 표기, 필리핀 베트남 등 분쟁 당사국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중국이 최근 새로 발급하는 전자여권엔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토분쟁이 일고 있는 지역을 모두 자국 영토로 표기한 지도가 실려 있다. 이 지도는 1948년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남해구단선(nine dash line)을 근거로,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이 일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및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필리핀과 다툼을 빚는 스카보러(중국명 황옌다오) 섬은 물론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인접한 해역까지 모두 중국 것으로 그렸다. 뿐만 아니라 여권엔 대만 관광명소 2곳의 사진까지 실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필리핀 정부 관계자가 “출입국 관리소 관리들이 여권을 제시받고 스탬프를 찍을 때마다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도록 강요받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주변국들의 반감은 크다. 베이징 주재 베트남 대사관은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여권에 실린 지도는 특정 국가와 상관이 없다”며 “(새 여권에 항의하는) 관련국들과는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번 사건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FT는 “지도가 작아 여권에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보이지 않는 데다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려는 일본 정부가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