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7일 만에 휴전 합의 뭘 남겼나… 협상 주도 무르시, 중동외교 핵심인물로 떠올라

입력 2012-11-22 21:36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7일 만에 휴전에 합의했다.

양측이 이집트의 중재로 휴전에 이른 과정은 ‘아랍의 봄’ 이후 달라진 중동 지역의 정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양측의 충돌이 있을 때면 영향력을 과시했던 이들이 무대에서 사라졌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주목 받은 무르시=이집트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과 아랍 국가로부터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카이로에서는 연일 무르시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위상을 굳혔다.

무르시 대통령은 양측을 카이로로 불러내 휴전 협상을 주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휴전 직전 24시간 동안 그와 3차례 통화하는 등 지난 1주일간 모두 6차례 접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르시의 실용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하레츠는 22일 하마스와 이란의 밀접한 관계를 무르시가 단절시키기 위해 애썼다며 “그는 우리의 동료이자 친밀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반대편인 하마스와 아랍 국가들도 무르시가 무바라크 정권 때와 달리 하마스의 입장을 강력히 옹호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제 무르시가 중동 외교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득을 봤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 대선에서 노골적으로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를 지원했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가자분쟁이 터지자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천명하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급파했다. 이제는 선거를 코앞에 둔 네타냐후 총리가 오바마의 도움을 구해야 할 상황이 됐다.

하마스는 군사령관이자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영웅이었던 아흐마드 알 자바리를 잃고 130여명이 숨지는 피해를 입었지만 정치적으로 입지가 더 굳건해졌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하마스가 이집트 터키 카타르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고 가자 봉쇄를 풀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존재감 잃은 아사드=파이낸셜타임스는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가 팔레스타인에서 영향력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아사드는 스스로 “아랍 최후의 팔레스타인 수호자”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내전으로 4만명 넘게 국민을 희생시키면서 팔레스타인의 지지를 잃었다. 휴전 전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발생한 버스 폭탄테러를 일으킨 것이 자신들이라고 아사드는 주장했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가자 반대편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기구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의 위상도 추락했다. 세속정파로 평가받는 압바스는 하마스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가자 공습의 불을 댕긴 네타냐후 총리도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다. 하마스의 항복을 받아내지 못했고 휴전도 온전치 않다. 전 이스라엘 외교부 장관 트지피 리비니는 네타냐후의 작전이 실패했다며 “하마스에게 오히려 힘을 보태준 격”이라고 비난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