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후원 금지 법안 후퇴하나

입력 2012-11-22 22:15


‘담배업계의 후원 활동 금지’를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담배회사의 지원을 받는 문화예술계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발목이 잡혔다. 향후 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담배회사의 후원 활동 규제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전면 금지서 ‘선별적 규제’로 후퇴 검토=복지부는 지난 9월 10일∼11월 9일 입법예고한 국민건강증진법 전부 개정안을 통해 ‘사회·문화·음악·체육 관련 국내외 행사에 대한 담배회사의 직간접 후원 활동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으나 최근 ‘선별적 규제’로 방침 수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에 강원도와 춘천시, 문화예술단체, 한국메세나협의회, 사회복지단체,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부터 10여건의 재검토 의견서가 제출돼 개정안 수정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담배회사의 후원 금지대상을 ‘여성, 청소년’에 ‘대학생’ 혹은 ‘특정 연령대’를 추가시키는 방안을 새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2005년 발효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에 관련 규제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담배회사 후원 단체와 지자체는 물론, 정부부처까지 반발하자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강원도는 지난달 30일 보낸 의견서에서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이 통과될 경우 KT&G가 후원하는 관내 저소득층 아동·소외계층 지원 사업과 대학생 등을 위한 복합문화예술공간 ‘상상마당’ 설립의 중단이 우려된다”면서 “담배의 판매 촉진 목적이 아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원도는 KT&G복지재단을 통해 2009부터 3년간 관내 저소득층 아동·소외계층 1만5000명을 위한 약 7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순수 후원은 장려해야” vs “간접 판촉 전략 금지해야”=KT&G로부터 매년 2000만원씩 후원받고 있는 문화예술법인 ‘와우책문화예술센터’ 이채관 대표는 “담배회사라는 이유만으로 문화예술 관련 순수 사회공헌을 금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부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척박한 문화예술 단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했고, 문화예술 후원 기업 모임인 한국메세나협의회는 “담배, 술 같은 건강 관련 산업일수록 순수 후원 활동을 장려해 기업 이익이 사회에 환원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금연운동단체는 복지부의 개정안 수정 방침에 반발했다. 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은 “국내외 담배규제가 강화되면서 담배회사들이 사회공헌활동이란 명목으로 복지·장학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 등을 통해 대학생,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직간접 후원을 늘리고 있다”면서 “이는 직접 판촉은 아니더라도 담배회사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성규 미국 캘리포니아대 담배연구·교육센터 박사후 연구원은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18∼24세 젊은 성인을 최우선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국내 KT&G도 상상유니브나 상상마당 등을 통해 젊은층을 후원하고 있다”면서 “후원 금지 대상에 대학생을 포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담배규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복지부는 늦어도 이달 안에 담배회사의 후원 금지 분야와 대상 폭 등을 결정하고 올해 안에 수정된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