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대 국회도 예산안 늑장 처리하나

입력 2012-11-22 19:38

대통령 선거에 발목 잡히지 말고 법정시한 지켜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길 공산이 커졌다. 정치권이 지난 5월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고 대통령 후보마다 정치 쇄신을 부르짖고 있지만 새로 구성된 19대 국회마저 본연의 책무를 제때 이행하기 어렵게 됐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시작 직전인 지난 8월 대통령 선거 일정을 감안해 내년도 예산안을 11월 22일 처리하겠다고 합의했다. 11월 9일까지 상임위별 예산심의를 마치고, 12일부터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2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겠다는 일정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러나 21일까지 계수조정소위를 구성하지도 못했다.

양당 원내지도부는 뒤늦게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마무리 짓고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법정시한은 물론 정기국회 폐회일인 12월 9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될지조차 불투명하다. 오는 25∼26일 대선후보 등록이 끝나면 다음날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기 때문에 국회를 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선거일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예산안 처리가 늦어진 것은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여야 동수로 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오랫동안 대치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자당 대선 후보의 공약과 관련된 예산을 집어넣으려는 욕심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가 약속한 0∼5세 양육수당 및 0∼2세 보육료 전 계층 지원과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등 1조6000억원을 예산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민주당도 기초노령연금 인상, 공공 의료 서비스 확대 등 복지예산 12조원가량을 증액하려 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 이행에 쓰도록 전체 예산의 1%를 떼놓자는 ‘새 대통령 예산’을 주장해 여야 합의에 걸림돌이 됐다. 2007년 대선 당시 야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예산안 처리를 대선 이후로 미루자며 요구했던 전례를 따른 것이긴 하지만 예산안이 회계연도 개시일 직전에야 통과되는 당시의 나쁜 선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국회의 예산안 늑장 처리는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법정시한을 넘겼다. 정치공방으로 허구한 날을 보내다 새해가 임박해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느니 마느니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어 놓고서야 처리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하지만 법을 만드는 국회가 헌법에 정해진 예산안 법정시한을 어기는 불법을 버젓이 자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올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경제성장률을 4%로 잡고 편성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내용도 4조8000억원의 적자다. 따라서 국회가 불요불급한 씀씀이를 찾아내 보정하는 데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국회는 이제라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기한을 지키겠다고 심사를 부실하게 할 수 없으니 휴일을 반납하겠다는 각오로 심사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