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온전히 하나 된다는 것… ‘어느 바닷가의 하루’

입력 2012-11-22 19:59


어느 바닷가의 하루/글·그림 김수연/보림

“어느 바닷가, 어스름한 새벽이면 눈먼 어부와 강아지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날마다 이들은 집에서 바다까지 둘 사이에 놓인 길을 따라 갑니다.”

“내일도 눈먼 어부와 강아지는 이 길을 따라 함께 집으로 갈 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처음과 마지막 몇 페이지를 제외하고는 그림으로 모든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파도가 철썩이고 갈매기가 끼룩대고, 개가 첨벙하고 물에 뛰어드는 그 바다의 냄새까지 상상되는 그림책이다. 얼른 눈에 띄는 것은 넓은 화면에 가로로 이어지는 긴 밧줄. 눈먼 어부가 고기를 잡기 위해 더듬더듬 의지해 가는 생명줄이다.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그 바다에서 눈먼 어부는 개가 있어 든든하다.

개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환상이 펼쳐진다. 갈매기를 좇던 개에게서 날개가 돋아나고, 다 잡은 고기를 놓칠 지경이 된 어부는 물고기로 변한다. 어부를 노리는 상어를 막기 위해 강아지는 어느새 바위로 변하고….

판화기법의 따뜻한 그림들이 책장을 넘기는 유아들에게 무언의 이야기를 한다. 그 둘 사이에 흐르는 우정도 전해질 것이다. 저자는 영국 앨버트미술관에서 주관하는 V&A 일러스트레이션상을 받은 바 있다. 만 5세 이상.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