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남촌엔 궁금증 못 이겨 온 관객으로 넘쳤다

입력 2012-11-22 19:30


식민지 조선의 또 다른 이름, 시네마 천국/김승구(책과함께·1만4800원)

세종대 국문과 부교수이자 영화 애호가인 저자는 일간지와 잡지 등을 토대로 일제 강점기 한국 영화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조선에 영화가 전래한 시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자는 1903년 6월 23일자 황성신문에 실린 광고를 근거로 한국의 영화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동대문 한성전기회사 창고에서 입장료 10전을 받고 활동사진을 상영한다는 광고였다.

영화가 대중문화로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910년대 경성의 일본인 거주 구역에 영화관이 들어서면서부터. 1910년 경성 남촌에 세워진 경성고등연예관은 일정한 공간과 상영 시스템을 갖춘 최초의 영화관으로 꼽힌다. 당시 은막을 장악한 영화는 ‘연속 영화’였다. 서사가 한 번에 완결되지 않고 단편을 여러 편 묶은 것으로 관객들이 궁금증을 못 이겨 극장을 찾도록 했다.

영화관 안 풍경은 어땠을까. 초창기 관객들은 남녀가 분리된 채 영화를 관람했고 냉난방 시설이 부족해 더위와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 객석에서는 주인공의 연기에 따라 환호성과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시대를 맞아 할리우드 영화가 본격 유입된 1920년대 극장가, 배우와 감독 이야기, 배우 지망생들의 사연 등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이광형 선임기자